지난 27일, 2013년 제2기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 확정 신고·납부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576만명의 사업자(개인 511만명, 법인 65만명)들은 바쁜 일과를 쪼개가며 각자의 방법으로 부가세를 신고하고 납부했다.
이번 신고는 간이과세자(신고대상 179만명)의 신고의무가 연 2회에서 1회로 축소된 이후 첫 번째 신고. 전국 111개 일선 세무서 직원들은 예년보다 많은 내방객이 몰릴 것을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신고·납부 업무를 진행했다.
언제나 그랬듯 부가세 전자신고창구는 신고기간 막바지로 접어들면 들수록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의 한 일선세무서는 하루 60여명에 불과하던 내방객이 마지막 주에 300~400명으로 늘었고, 또 다른 세무서는 신고 마지막 날인 27일, 내방객이 10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전자신고창구가 아닌 부가세과에 대기 중인 직원들은 1분이 멀다하고 울려대는 문의전화로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한 일선세무서 과장은 "전자신고창구에 직원들이 상당수 내려가 있다 보니, 신고기간 막바지에는 과장, 계장 할 것 없이 모두 상담업무에 투입돼야 한다"며 "그래도 전화문의를 하는 납세자들은 자신이 혼자 해보려다 안 돼서 전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친절한 서비스를 위해 직원들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선 세무서 직원들은 본청에서 사후검증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사후 업무가 예년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상, 그간 간담회 등을 통해 성실신고를 미리 독려했다고 밝혔다.
◆…몸이 불편한 내방객들을 위해 1층 현관 앞에 마련된 한 일선 세무서의 신고창구.
"납세자 수준 향상…업무, 한결 쉬워졌다"
하지만 이 같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풍경에도 일선 세무서 직원들은 예년에 비해 신고업무가 확연히 수월해 졌다고 입을 모았다. 종합소득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고가 쉬운 부가세 신고에 납세자들이 어느 정도 적응 했다는 이유에서다.
한 일선 세무서 직원은 "우리 서에만 간이과세자가 1만2000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은 오랜 기간 동안 신고를 해왔기 때문에 이들이 신고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장에서 전자신고가 가능하도록 따로 컴퓨터를 마련했는데 직원의 도움 없이 전자신고를 마치고 가는 납세자도 많았다"며 "나이가 많은 내방자들도 이제는 전자신고를 제법 이용하며, 확실히 이전보다는 전자신고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전엔 홈택스 아이디도 모르는 채 무작정 방문하는 납세자들이 많았는데, 이젠 기본적으로 아이디 정도는 챙겨와 신고업무가 한결 수월해 졌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일선 과장은 "전화문의 시 예전에는 세법에 대한 질문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이번 신고의 경우 홈택스 진행과정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었다"며 "홈택스에 대한 홍보도 많이 되고 납세자의 수준도 많이 향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7일(신고 마지막날) 서울의 한 일선세무서 부가가치세 전자신고창구. 이번 신고는 발디딜틈 없었던 예년에 비해 비교적 한산해 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줄어든 내방객…신고율도 '하락(?)'
한편 일부 일선 세무서에서는 작년 1월 대비 내방객이 상당수 줄어들며 고민 아닌 고민에 휩싸이기도 했다. 내방객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홈택스가 정착됐다는 선진세정의 신호탄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무신고자가 많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스러운 측면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일선 세무서 관계자는 "전년 대비 하루 내방객이 100명 정도 줄었다"며 "평소 줄어드는 것은 물론, 세무서에 전자신고창구를 아예 설치하지 말자고 주장해 왔지만 실제로 이렇게 내방객이 줄어드니 신고율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방객이 줄어든 이유로 "굳이 세무서를 찾지 않아도 되는 편리한 홈택스가 어느 정도 홍보된 측면도 있겠지만, 간이과세자들이 1년에 1번 신고하다보니 신고자체를 잊어버린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한편으로는 영세사업자들의 경우, 막상 몇 시간 씩 기다려 신고를 했는데 납부할 금액이 없다는 결론을 얻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이번에도 마찬가지겠지'라 생각하고 세무서를 방문하지 않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세무서 관계자 역시 "최종 신고인원은 종합을 해봐야 알겠지만 전자신고창구에 내방하는 납세자는 확연히 줄었다"며 "월요일이 신고 마지막 날이어서 혹시나 주말(25~26일)에 내방객들이 몰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주말에도 직원들이 출근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고 말했다.
신고창구는 수월, 수납창구는 과열
아울러 일부 일선 세무서 직원들은 종소세 신고·납부, 부가세 신고·납부와 같은 굵직한 신고기간 마다 신용카드 세금납부에 따른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고 마지막 날에는 저녁 7~8시까지 신용카드로 세금을 납부하려는 이들로 줄지어 있다는 후문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신용카드 세금납부가 은행에서는 불가능하고 세무서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인데, 특히 한 번에 세금을 지급할 능력이 부족한 영세사업자가 많은 지역 세무서일수록 신용카드 수납창구는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귀띔했다.
한 일선 세무서 관계자는 "작년 종소세 신고 때도 신용카드 수납창구에 납세자들이 정문 밖까지 줄지어 있었다"며 "이번 부가세 신고 역시 징세계 직원으로는 부족해 부가세과 직원들까지 합세해 수납창구를 지키고 있다. 원래 1개였던 창구를 5개까지 늘렸다"고 전했다.
한편, 이와 같이 마지막 날 신용카드 수납창구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세무대리인의 문제도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세무대리인들은 보통 팩스를 통해 신고 마지막 날 세무서에 납부서를 전송하는데, 이 납부서는 세무서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는 규격(원본)에서 벗어난다"며 "이 때문에 수납처리를 해야 하는 직원이 일일이 수치를 입력해야하고 신용카드 번호까지 하나씩 전부 입력해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고생스럽게 입력을 했는데 신용카드 한도초과가 나와 버리면 다시 입력해야하고 카드 여러 장을 내밀며 분산해서 납부하겠다고 하면 번호를 다 손으로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다리는 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 일선 세무서장은 "이번 부가세 신고 전에 열린 세무대리인 간담회 당시 이 같은 문제를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는데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며 "은행입장에서도 아무 도움 안 되는 신용카드 수납을 업무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세무사들이 조금만 협조를 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