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원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
정부가 오는 3월말까지 금융사들의 텔레마케팅(TM)영업을 사실상 전면 중단하면서 시민단체마저 이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1억여건의 정보유출과 관련해 '2차 피해는 절대 없다'고 외쳤던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를 위해 금융사들의 TM영업을 중단시킨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논리다.
지난 26일 금융위원회는 임시 회의를 열고 오는 3월말까지 전 금융사들의 TM영업을 금지하는 조치를 긴급히 시행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보호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금융사에 대한 문자 및 전화영업 전면 금지를 하는 것은 근거 없는 과도한 금융 규제이고 관치적 발상"이라며 "빠른 시일 내 철회돼야 한다"고 28일 주장했다.
또한 "금융당국은 2차 피해도 없고 자료 유출도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피해가 예상된다'는 논리로 과도하게 금융사의 영업을 규제하고 시장을 위축시키는 정책을 펼쳤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수십 번에 걸쳐 금융사 고객정보가 유출됐고 이에 대한 피해규명도 하지 않아온 당국이 대출모집인 등 TM영업을 하루아침에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
아울러 관련 업계 종사자의 생계나 금융산업 위축 등을 고려하지 않고, 근거 조항도 없이 제재부터 시행한 것은 이번 사태를 무마하기 위한 졸속대책이라는 주장이다.
조남희 금소원 대표는 "당국이 2차 피해는 없다면서 전 금융권에 대해 영업정지와 같은 강제적인 조치를 취하는 논리는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금융사들이 고객에게 전화를 하면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는 항의가 먼저 나온다고 한다. 지금은 국민들이 개인정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이니 잠정적으로 TM을 중단하는 것이며, 그동안 관련 가이드라인을 보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대로 금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에 대한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최근에 발생한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은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법에서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지 않거나, 무능한 대처로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못했다"고 힐난했다.
이어 그는 "개인정보 유출대란에 대한 금융위와 금감원의 관리감독 부실로 인해 공익이 현저히 침해돼 감사원의 철저한 감사를 촉구한다"며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대란으로 인한 금융시스템 붕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헌법적 가치인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