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미친 전세가'를 잡기 위한 방책을 쏟아냈다.
지난해 주택거래 활성화 등 시장 정상화에 중점을 뒀다면, 올해는 주택임대차시장 수급구조를 뜯어고치는데 방점을 뒀다. 최근 전세에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세 위주의 임차인 지원으로 전·월세 간 주거비 불균형을 해결하지 못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의 큰 그림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늘어나는 월세 세입자들에 대한 주거비 지원을 늘리는 것이고, 나머지는 전세 지원을 축소해 전세수요를 자가(월세)로 돌린다는 것이다. 월세 수요와 공급 측면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얘기다.
26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살펴보면 월세 소득공제 방식을 뜯어고치고 세제혜택 대상도 확대된다.
우선 월세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로 바꿨다. 세금에서 직접 깎는 세액공제인 만큼 피부로 느끼는 체감은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부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연봉 3000만원 근로자가 월세 50만원을 냈다면 지금까지는 1년간 낸 월세(600만원)의 60%를 소득공제 받아 21만6000원의 세부담 경감효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세액공제로 전환될 경우 같은 조건의 근로자는 연간 월세액의 10%인 60만원을 세액공제 받기 때문에 세부담 경감 효과는 이전 보다 커지게 된다. 쉽게 말해 1달치 월세를 정부가 세입자에게 지원해준다고 볼 수 있다.
국토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2년 주거실태 조사'에서도 보증부월세·월세에 거주하는 저소득·중소득층은 약 350만 가구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국토부는 월평균 가구 총소득이 200만~410만원인 중소득층은 132만, 저소득층(월평균 가구 총소득 70~220만원)은 220만 가구가 포함될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오는 6월 국회에 관련 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제출, 올해 1월 이후 지급하는 월세분부터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공제대상 확대의 경우 개정안 시행 이후 최초로 지급하는 월세분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월세 세입자들에게는 희소식인 반면 집주인에게는 '비보'로 다가 올 수 있다.
월세 임대소득으로 벌어들인 돈이 낱낱이 공개돼 향후 세금표적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집주인 동의 없이도 월세임대차계약서와 월세납입 증명(계좌이체 확인서)만으로도 공제신청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며, 확정일자가 없이도 신청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정부는 관련 법안(조특법)을 3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다만 갑작스러운 정책추진에 따른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음성적이며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임대차에 대한 과세부분이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올라온 것"며 "양성화를 제도화한다는 건데 갑작스러운 면이 있어 부동산 시장에 충격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월세를 사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반면에 전세 지원은 축소한다.
전세에 대한 수요를 자가로 전환시키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정부는 전세보증금 4억원(지방 2억원)을 초과하는 고액 전세를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4월부터 정부 보증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에 따라 4월부터는 전세보증금 4억원 이상에 대한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보증서 발급이 전면 중단된다. 다만 시중은행에서 취급하는 일반 전세대출은 이용 가능하다. 관련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내부지침 개정 및 전산시스템을 정비한 뒤 4월 국회에서 해당 방침을 보고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기조와는 다르게 실제로는 자가로 갈 확률은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보증을 중단해도 0.5%밖에 차이 안난다. 이 때문에 전세에서 자가로 갈확률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전세값 급등과 대출 보증제한이 물려서 매매수요로 갈 확률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간부분을 끌어들여 임대주택을 늘린다는 방책도 이번 대책의 핵심으로 꼽힌다.
정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직접건설과 공공임대리츠 방식으로 오는 2017년까지 최대 8만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해당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는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2017년까지 총 50만가구의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바로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을 참여시켜 목표달성을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도 통 크게 썼다. 먼저 준공공임대주택(85㎡ 이하, 10년 이상 의무 임대)에 대해선 재산세와 소득, 법인세가 대폭 감면된다.
현재 면적 40~60㎡의 경우 재산세를 50% 감면해 주고 있지만 이를 75%로 확대하고, 60~85㎡는 25%에서 50%로 감면 폭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소득세와 법인세는 현재 일괄 20%를 감면해 주고 있으나 앞으로는 30% 감면해 줄 예정이다.
준공공임대사업자에겐 양도소득세도 면제한다. 향후 3년간 신규로 주택을 구입해 준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경우 임대기간 중 발생한 양도소득세를 면제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관련 법안(지방세, 소득세, 조특법 등)을 각각 4, 6월 국회에 제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