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사회(회장 정구정)의 공익재단 후원금 모금방법을 둘러싼 회원들의 불만이 '일파만파(一波萬波)'로 번지고 있다. 특히 세무사회에서 발송한 일명 '기부금 고지서'를 직접 받아든 회원들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세무사회는 회원의 수입금액을 기준으로 최소 20만원에서 최대 50만원까지 차등 적용된 공익재단 후원금 지로용지를 전 회원에게 발송했다. 구체적으로 수입금액 3억원 이상 회원에게는 50만원, 2억원~3억원 회원에게 30만원, 2억원 미만 회원에게는 20만원을 각각 요청했다.
물론,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요청금액이 정확히 찍혀있는 지로용지를 받아든 회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마치 전기요금을 지불하듯 고지서에 찍힌 금액을 그대로 기부하는 방식은 기부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이유에서다.
한 세무사는 "기부는 기부한 사람의 뜻이 중요한 것이지 타인에 의해 강요받은 것은 기부로서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금액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신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세무사는 "기부금 지로용지를 받아보고 바로 버렸다"면서 "세무사회에서 많은 일을 했고, 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고맙지만 기부하고 싶은 마음을 사라지게 만드는 이 같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아울러 기부의 의미와는 별개로 기부금에 따라 자신의 수입이 노출될 수도 있는 방식에도 회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세무사는 "실제로 세무사들 끼리 요즘 모임에서 만나면 우스갯소리로 '지로용지에 얼마나 찍혔냐'고 떠보는 것이 인사말이 됐을 정도"라며 "기부금을 내면 홈페이지나 세무사 신문을 통해 공개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세무사회에서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부금을 낼 때 이름만 공개되는 경우는 없다. 금액을 노출시켜야 되는데 이것을 감수하고 지로용지에 찍힌 금액대로 기부하는 회원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한 회원은 개인별 수입금액을 기준으로 기부금액을 기재한 지로용지를 발송하는 것은 '개인정보 유출'에 해당한다며 법적 문제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허점투성이' 방안들…"세무사회 신중해야"
이 밖에 전자신고세액공제를 존치시켰다는 이유로 세무사회원들이 받는 공제금액의 50%를 공익재단 기부금으로 내야한다는 세무사회와 일부 지방세무사회의 논리도 회원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한 세무사는 "정책의 성패로 기부금을 책정하는 것이라면 정책이 실패할 경우엔 회원들에게 돈을 다시 돌려주는 것이냐"며 "기부와 정책은 별개"라고 전했다.
연 50만원의 세무사회비에 4만원의 공익재단 후원금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일부 회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회비에 공익재단 후원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회원들이 대부분이며, 이는 부정할 수 없는 '기부금 강탈'이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편 세무사회는 지난해 세무사 1인당 20명의 후원회원을 모집하라는 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회원들의 무관심 속에 목표대비 2.5%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기도 했다. 당시 회원들은 거래처나 일반인에게 후원금을 내달라고 부탁하는 일에 부담을 느낀다고 전한 바 있다.
최근 세무사회는 1명이라도 후원회원을 모집할 경우 바로 세무사회에 가입신청서를 송부하라는 공문을 요청한 상황이다.
이 같은 세무사회의 공익재단 후원금 모집행태에 대해 한 세무대리업계 관계자는 "공익재단의 목적이 세무사회의 위상을 제고하고 나아가 세무사들의 권익을 지켜준다고 하지만, 후원금 모집 방식에 문제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무사회가 돈 모으기에 혈안이 된 채, 허점투성이 정책을 연달아 내놓고 있는데, '눈 가리고 아웅' 할 생각은 버리고 앞으로는 회원들을 위한 신중한 판단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