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상임위원 4개월 공석…양 기관 물밑경쟁 치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원래 한 뿌리였습니다. 서로 인사 교류가 있는 것도 당연시돼야 지요. 그렇지만 서로 인사 적체가 이렇게 심하니 이번에는 우리도 좀 봐달라 서로 눈치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경제 부처 고위직의 인사 적체가 계속되며 한 고위 공무원은 "말 그대로 숨 막히는 인사"라고 표현했다.
최근 4개월 넘게 공석인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자리를 두고 기획재정부 출신이 내정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금융위 내부도 승진을 못해 난리가 났지만, 재정부는 더하다. 이번 정부 들어 고위직 승진자가 한 명도 없었다"며 답답해 했다.
이 같은 인사 문제는 결국 두 부처 간 갈등이나 자리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 관계자 말대로 금융위원회는 지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로터 분리된 기관이지만 승진 인사가 있을 때마다 외부 출신을 막느라 난관을 겪고 있다.
앞서 국장급 인사 과정에서도 이러한 이야기들이 대외적으로 퍼져 나가며 관련자들은 "외부의 시선 때문에 서로 더 눈치를 보게 됐다"고 토로했다.
현재 재정부 출신이 내정될 것으로 전해지는 상임위원은 고위 공무원으로 옛 1급에 해당하는 자리이다. 당초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저축은행 뇌물 수수 혐의를 받았다가 법원의 무죄판결에 의해 복직을 확정하며 상임위원 내정이 거론됐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인사가 지연되며 안팎으로는 청와대에서 김 전 원장을 임명하지 않기로 했다는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단언할 순 없지만 이렇게 오래 시간을 끄는 이유가 딱히 없을 것 같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 절차에서 문제가 제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무죄가 입증된 만큼 억울한 것은 어쩔 수 없으나 고위 공직자 자리라 청와대도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결국 금융위 내부에서는 1급 승진 대상자가 없어 재정부 선임 국장급의 내정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현재 이해선 금융위중소서민금융정책관이 유일하게 대상자에 속하지만, FIU 원장도 공석인 상태라 자리에 비해 인원이 부족하다.
과거 인사를 볼 때 국제금융 업무를 담당하는 국제경제관리관, 국제금융심의관, 국제금융협력국에서 내정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기획재정부 및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