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투명성 제고 위해 업계 구심점 될 것"

회계전반 지식·제도 개발 등 능동적 모습으로 환골탈태

회계업계에서 오랫동안 회자되는 농담 중의 하나가 있다.

기업인 A씨가 1 더하기 1 이라는 문제를 풀기위해 수학자와 회계사를 찾아갔다. 먼저 만난 수학자는 노트북을 꺼내 몇 가지 공식을 입력한 뒤 "1 더하기 1은 2입니다"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A씨는 뒤이어 만난 회계사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이 가관이다. "얼마가 되기를 원하시나요?"

단순한 우스갯소리지만 회계사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뼈 있는 농담이다.

이달 초부터 한국회계기준원을 이끌게 된 장지인 신임 원장은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특별대담에서 취임기간 동안 역점 과제 1순위로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제고를 꼽았다. 

이를 위해 국민누구나 '회계'라는 단어를 들으면 회계기준원이 떠오를 수 있도록 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그의 복안. 회계 관련 교육을 보다 강화하고 회계법인들의 애로사항을 상시 접수하는 등 발 빠른 행정을 준비하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뉴욕 주립대 대학원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장지인 원장은 미국 시라큐스 대학교 교수직으로 업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기획재정부에서 공공기관 IFRS도입 자문단장을 맡는 등 국내외를 넘나들며 다양한 경륜을 쌓았다. 

6대 회계기준원장 선임 직전 만난 원장추천위원회의 한 위원은 장지인 교수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대외활동 등에서 월등한 경력을 보유했다고 귀띔했다. 최근 '회계외교' 강화가 업계의 주요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현안을 가장 잘 풀어갈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과거 호주를 방문했을 당시 회계사의 사회적 지위가 변호사보다 높다는 점에 크게 감명 받았다는 장 원장은 한국 회계사들의 공신력 확보를 꿈꾸고 있다.

"미국의 경우 미스USA 심사자석에 반드시 빅4 회계법인 대표들이 앉아있습니다. 심판관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상징적으로 회계사들을 초청하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러면 오해가 생기겠죠"라는 그의 말은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회계기준원장으로서 취할 방향성을 가늠케 했다.  

대담 :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
정리 및 사진 : 김중순·김용진 기자

Q. IFRS 도입 이후 회계기준원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많이 향상됐다. 이런 시점에 전례없이 치열한 경쟁을 거쳐 회계기준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는데 취임소감은.

먼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회계기준제정기구의 수장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받게 돼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며, 우리나라 회계역사의 중요한 모멘텀이 된 IFRS 도입이 이제 성공적 정착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다.

기준원 원장으로서 앞으로 3년간 역점을 둬야 할 과제 중 으뜸은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제고가 아닌가 생각된다. IMF위기를 계기로 우리나라 회계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문제로서 회계투명성 제고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뚜렷한 개선도 없이 오히려 각종 국제회계투명성평가지수에서 우리나라가 부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분석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생각과 의욕만 앞설 뿐 장기적이고 시스템적인 안목의 백년지대계가 결핍한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 국가의 회계투명성은 경제주체들의 회계에 대한 일반적 마인드와 회계 관습, 회계기준, 회계감사 및 회계감독과 같은 제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용하면서 발현되는 결과이므로 그러한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회계기준원이 단순히 회계기준 제정과 해석에만 하는 수동적 개념의 틀에 안주하지 않고 회계전반에 관한 지식과 제도를 개발하고 이해관계자들과 널리 소통하는 능동적 모습으로 환골탈태함으로써 투명한 회계시스템 구축의 밑거름이 되도록 하는 데 힘쓰고자 한다.

Q. 중소기업 회계기준 도입으로 인해 소규모 기업의 회계작성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감가상각법 등에 대한 규칙통일성이 상실돼 정보 이용자들의 불편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어떻게 보는지?

유용한 정보의 제공과 재무제표 작성 기업의 부담 경감이라는 두 가지 상충되는 목적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가 중소기업회계기준을 제정할 때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이다.

유용한 정보의 제공이라는 목적만 추구해 규칙간의 통일성만 강조하다 보면 회계기준을 적용하려는 중소기업이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 적어도 중소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된 재무제표는 정보이용자가 중소기업회계기준과 일반기업회계기준의 차이점을 알고 본다면 회계기준을 따르지 않은 재무제표가 제공되는 것보다는 의사결정에 훨씬 유리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회계기준에서는 여러 회계정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경우 선택한 회계정책을 주석으로 공시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Q. 두산인프라코어의 영구채 발행으로 인해 자본·부채 분류문제가 지난해 화두가 됐다. 비록 IFRS 재단과 회계기준원이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렸어도 앞으로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신종자본증권의 회계상 분류는 구체적 계약조건에 기초해 ‘계약상 상환의무의 존재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기본 원칙에 입각해 신종자본증권을 자본 또는 부채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 회계기준원의 입장이며 이러한 원칙에 일관되도록 유권해석을 한 바 있다.

또한 향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자 하는 기업들을 위해 해석의 내용과 그 판단근거를 보도자료로 공개하였다. 따라서 매우 다양한 계약조건을 가지고 있고, 다양하게 변화돼 개발되고 있는 각각의 신종자본증권은 이러한 기본원칙과 판단근거들을 참조해 부채 또는 자본으로 분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과 회계법인이 새로운 쟁점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간담회, 전문가회의 개최, 교육, 질의회신 등을 통해 기업들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신종자본증권과 같이 IASB의 유권해석이 필요한 회계이슈가 예외적으로 발생한다면 보다 신속한 답변을 IASB에 촉구해 유권해석과정의 지연으로 인한 기업들의 부담을 최소화할 것이다.

Q. 전문가들은 IFRS 도입 이후 우리나라의 회계수준이 상당히 향상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또 회계투명성제고를 위해 앞으로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나?

최근 회계학회의 연구를 보면 IFRS도입이후 회계정보의 유용성이 향상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리고 IFRS 도입 이후 상장기업 정기보고서에 포함된 재무정보 공시사항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일제 점검한 결과에 의하면, IFRS에 따른 재무정보 공시수준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상장기업이 큰 혼란 없이 IFRS에 따라 재무제표를 적절하게 작성해 공시했음을 관측할 수 있었다

국제사회에서도 IFRS도입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우리나라가 IFRS감독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중국 등을 물리치고 선임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최근 금감원에서 발표한 한국의 회계투명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이 2000년 중반이후 한국의 회계투명성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는 점에 대체로 동의하는 결과가 있었으나, 응답자 그룹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으며 기업, 학계, 감사인 순으로 회계투명성의 개선정도를 높게 평가했다.

Q. 앞으로 회계기준원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 계획인지 포부는.

회계라는 단어를 들으면 우리나라 국민 누구나 회계기준원이 먼저 떠오를 수 있도록 회계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다.

그동안 외감법 적용대상인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을 위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과 일반기업회계기준이 운영되고 있으나, 소규모기업을 위한 중소기업기준이 마련됐고 비영리단체를 위한 비영리회계기준이 지금 마련 중에 있다.

회계를 하는 사람이라면 회계기준원을 이용하고 충분히 만족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할 예정이다.

먼저, 알기 쉬운 회계기준을 위해 해설서 보완과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분기마다 KAI 포럼 및 회계기준이용자 간담회를 개최해 회계기준 적용이슈를 언제든지 자발적으로 개진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또한 홈페이지 개선을 통해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증대하고, 홍보 채널 강화를 통해 기업 또는 회계법인의 애로사항을 상시 접수할 뿐만 아니라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신속하게 파악해, 국제 사회에서 공감할 수 있는 국내 기업들의 대응 논리 개발에 앞장설 것이다.

회계기준원의 국제적 역량 강화를 통해 회계지식과 영어능력을 두루 갖춘 전문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또한 IFRS 관련 외교역량 강화를 위해 IASB, FASB 등 해외기관에도 적극 진출하는 전략을 수립해, 우리나라의 전문 인사가 해석위원회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다.

이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춘 전문운영체제의 기틀을 마련해 국제적으로 한국의 회계분야 위상을 높이고 우리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회계기준원을 이끌어 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