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과 식당을 결합해 유통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신선한 생고기를 싸게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춘 '정육식당'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 급증하기 시작, 현재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고기집이 되었습니다.
사실 업주들이 정육식당을 선호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현행세법상 정육점은 '식료품 1차 가공업'에 포함, 육류판매에 대한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죠.
즉 일반 고기집에서 고기를 팔 때는 부가세가 부과되지만, 정육점과 식당이 따로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는 경우, 적어도 육류판매에 대한 부가세는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입니다.
이렇듯 합법적 절세를 할 수 있는 영업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섣불리 정육식당 사업에 뛰어들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정육점과 식당의 사업자등록이 따로 되어 있다해도 실질적으로 분리된 형태의 사업장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세금철퇴'를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정육식당으로 변경했는데 과세가 웬 말?"= A씨는 지난 2007년 4월 일반식당을 개업했습니다. 하지만 접근성이 떨어지고 고기값이 비싸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2007년 10월 정육점을 추가로 개업해 당시 유행하던 일명 '정육식당'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A씨는 부가세 혜택을 보기위해 식당과 정육점의 사업자등록을 달리 했으며, 기존 식당은 정육점에서 구매한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장소로 사용했습니다.
일반식당에 비해 수월하게 고기를 공급하게 되면서 한숨 돌렸다 생각한 A씨. 하지만 사업자등록만 달리했을 뿐 실질적으로 같은 곳을 사업장으로 둔 것이 '화근'이 됐습니다.
정육점을 개업했다고는 했지만 기존 사업장 안에 육류를 절단할 수 있는 정육코너만 설치했을 뿐 2개의 사업장에 일하는 직원마저 동일했다는 것이 발목을 잡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입니다. 결국 이 같은 사실이 예리한 과세관청의 레이더망에 포착되고 말았습니다.
과세관청은 정육점과 식당이 동일 사업장이라 판단해 면세사업장 매출신고누락에 대한 부가세를 부과하는 등 세금철퇴를 가했고 A씨는 처분에 즉각 불복, 심판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 "별개의 사업장" vs "동일한 사업장"= A씨는 "정육코너와 식당을 구분해 운영하고 있으며, 일반 식당은 일반 식사와 음료 판매 및 숯불과 야채만 제공하고 손님이 정육코너에서 산 고기를 직접 구워먹는 셀프 식당일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면세인 정육코너와 과세인 일반식당의 주문 및 결제가 POS시스템에 의해 구분 입력되고 있다"며 "정육코너 매출액은 면세대상에 해당하고, 처분청이 현금매출 누락액으로 본 금액 중 일반 식당 누락액에 상당하는 부가세를 초과해 과세한 부분은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A씨의 사업장은 정육점과 일반식당이 구분되어 있지 않고, 하나의 계산대에서 동시에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메뉴도 구부되어 있지 않다"고 일축했습니다.
또한 "하나의 사업장 내부 통로에 정육을 취급하는 코너만을 설치하고 면세사업자로 사업자 등록을 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일반 생고기 전문식당과 다를 바 없는 일반과세식당"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 심판원, "별개의 사업장 아니다. 과세 정당"= 양측의 입장을 닫고 사실관계를 살핀 조세심판원은 과세관청과 입장을 같이 했습니다.
심판원은 "A씨의 사업장을 살펴보면 형식적으로는 A씨 명의의 과세사업장과 면세사업장으로 구분,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으나 일반식당의 메뉴판에 고기가격과 상차림비용이 같이 기재돼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동일한 계산대에서 일반식당 이용금액과 정육구매금액이 동일한 시점에서 결제되고 있고, 종업원들 역시 과세사업장과 면세사업장 구분 없이 동일한 장소에서 용역을 제공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심판원은 "실질적으로 A씨가 과세사업장과 면세사업장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과세관청이 A씨의 쟁점사업장에서의 매출신고 누락금액과 POS시스템상 현금매출분에 대한 신고누락분에 대해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를 과세한 처분은 잘못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4중00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