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째 400달러 미만에 머무르고 있는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를 인상하자는 요구에 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4일 "면세한도 인상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경제단체에서 면세한도를 인상해달라고 할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면세한도를 인상하는 것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부회장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18년 동안 400달러에 묶여있는 면세한도를 인상할 것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기재부는 경제단체가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한 만큼, 검토는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면세한도 인상 불가'라는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것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현재 면세한도 기준인 400달러는 지난 1988년 정해진 이래 단 한 차례도 인상이 없었다. 국민소득이 늘어나고 물가가 인상된 것에 맞춰 면세한도도 인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1년 조세연구원의 조사결과, 우리나라의 면세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 나라 가운데 29번째로 낮은 편이었으며 일본은 2400달러, 미국은 800달러, 중국은 750달러 등이다.
조세연구원은 국민소득과 물가인상분 등을 감안했을 때 적정한 면세한도는 600~1000달러라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도 지난해 여행자 휴대품의 면세한도를 400달러에서 800달러로 인상하는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면세한도 400달러 이외에 담배 1보루, 향수 1병, 술 1병 등의 면세범위까지 합치면 실제 여행객들의 면세범위는 1000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부족하지 않을 뿐더러 해외여행을 하는 국민과 아닌 국민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면세점은 해외에서 사용할 물건을 국내에서 구매하라는 취지로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로 다시 반입할 물건을 세금 없이 들여온다는 것은 조세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단체에서 대통령에게 건의를 했으니까 검토는 할 수 있지만 (인상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입장은 바뀐 것이 없다"며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이 문제를 한 번 더 본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