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개 영업점 폐쇄에 노조 반발…650명선 구조조정 예상
전날 한국씨티은행이 56개 점포에 대한 통합작업을 진행키로 밝힌 데 대해 씨티은행 노조는 장시간의 운영위원회를 통해 임단협 결렬을 선언키로 했다.
8일 저녁 김영준 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은 조세일보와 전화통화를 통해 "이번에 발표된 영업점 통합작업은 직원들에게는 날벼락과도 같은 이야기다"며 "이 시간 이후로 임단협 결렬 선언을 하고 지노위에 조정신청을 할 것이다"고 밝혔다.
씨티은행 노조가 지노위에 조정신청을 하게 되면 15일 동안 조정절차를 거치게 되며, 조정이 무산될 경우 노조에서는 쟁의 찬반 투표를 통해 준법투쟁의 수순을 밟게 된다.
씨티은행 노조는 지난해 하영구 은행장의 5연임에 반대해 무기한 단식투쟁을 진행한 바 있으며, 이번 영업점 통합건으로 또한번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 발표한 씨티은행의 영업점 통합안은 전체 영업점 190개 지점의 30%에 달하는 56개 점포를 폐쇄하겠다는 것이다.
또 서울 등 6대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한 차별화된 금융을 진행하겠다는 게 씨티은행 측의 복안.
씨티은행은 이처럼 영업점 통합에 나선 이유를 소매금융의 실적 부진을 들고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으로 2191억원을 시현했으며, 이는 전년대비 8.1% 감소한 것이다. 지난 2010년 6277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1년 5605억원, 2012년 2693억원 등 가파른 내리막을 걷고 있는 원인을 소매금융에 둔 것.
사실 씨티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중 서민금융이나 중소기업 금융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아 왔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국내 16개 은행의 '2013년 서민금융 활동 지원' 평가에서 씨티은행이 가장 낮은 등급이 5등급(저조)를 받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더구나 씨티은행은 2년 연속 5등급을 받은 곳은 씨티은행이 유일했다.
또 씨티은행은 2012년에 중소기업 자금공급을 전년대비 9000억원 줄이는 등 중소기업 지원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56개 폐쇄지점에서 소매금융전담지점 51곳과 중견중소기업전담 5개 지점을 포함시킨 것도 씨티은행의 스탠스가 이미 대기업·부유층에 맞춰져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김영준 위원장은 "사측에서 소매금융 쪽에서 자꾸 마이너스가 나니까 이대로는 끌고 갈 수 없다고 하는데 이건 단순히 경영권 문제만이 아니다"며 "인원 정리를 전제로 지점의 30%를 폐점키로 발표한 것을 어떻게 경영권의 문제로 볼 수 있냐"고 되물었다.
그에 따르면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진 조엘 코른라이히 씨티은행 부행장이 노조를 찾아 영업점 폐쇄방안을 알린 것은 지난 7일이다.
당시 조엘 부행장은 노조에 소매금융전담점포 51개를 포함한 56개 점포의 폐쇄방안을 알리고 해당 지점의 3분의 1은 타 점포로 재배치하고 나머지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보겠다고 전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다른 방법이 무엇이 있겠냐. 나머지에 대해 희망퇴직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라며 "노조에서 추정하기에는 650명 정도의 인원이 이번 영업점 폐쇄로 구조조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원 구조조정은 반드시 노조와 합의가 이뤄져야 하며 일방적으로 이런 폐쇄안을 발표하는 것은 안 된다"며 "쟁의 찬반투표를 거쳐 합법적인 준법투쟁에 나설 계획이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