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은닉이나 탈세, 횡령 목적의 차명 계좌에 대해 조사 및 처벌이 한층 강화된다.
지난해 CJ그룹과 전두환 전(前) 대통령의 차명 계좌 사건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정부와 여야는 차명 거래를 금지하기 위한 법안을 계속해서 추진해왔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이러한 내용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및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에서는 선의의 차명 거래자가 처벌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해 반대해왔지만, 이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서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불법 자금을 은닉하거나 세탁하려는 목적으로 차명 계좌를 개설할 경우 명의를 대여한 사람과 거래한 사람 둘 다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이뿐만 아니라 의심스러운 정황을 포착하고도 차명 거래를 중개한 금융회사 및 임직원도 형사 처벌을 받는다. 그동안 차명 거래에 연루된 금융회사의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문제는 선의의 차명 거래자들이다. 예컨대 정부의 예금 보호 한도 5000만원을 맞추기 위해 가족 명의로 저축을 하거나 동문회, 종친회 등 회비 통장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법안에서는 선의의 차명 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다. 선의의 차명에 대한 처분은 기존의 법과 동일해 달라지는 것이 없다.
정무위 관계자는 "차명 거래를 원칙 금지하고 예외 허용하는 것이 그동안 추진한 법안이었으나 선의의 차명 거래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법적인 거래로 한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명 거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금융 당국 차원에서 조사를 강화할 수 있도록 법체계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개정안에는 '합의에 의한 차명'을 줄이기 위해서 실명 확인 계좌의 재산을 명의자 소유로 추정하는 조항이 포함된다. 이는 차명 거래를 한 자가 자신의 재산을 되찾으려면 재판을 통하는 등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돼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