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열린 법안심사소위…결국엔 합의점 못찾아
정부와 정치권이 금융 법안 작업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추진돼온 금융 관련 법안들은 일제히 국회 문턱 근처에 다가가지도 못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3일 오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었으나 결국 진전이 없은 채로 회의를 종료시켰다. 오전 11시 이후 오후 6시가 넘도록 회의가 이어졌지만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달 들어 법안심사소위가 수차례 열렸으나 제자리걸음을 걷거나 회의 자체가 취소됐다.
무엇보다 올 초 개인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 이후 금융회사의 보안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드러나며 정부는 관련 법안 개정에 힘을 기울여 왔다.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금융회사의 보안 업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사고 회사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보다 더 강한 수위의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국가보훈처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은 사태를 한층 악화시키고 있다.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며 결국 금융 관련 법안들을 줄줄이 파행으로 몰아넣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자 및 노동 운동가를 위해 1981년 작곡된 곡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기념곡 지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새누리당과 국가보훈처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볼 때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이 금융 법안에 비해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률(가칭)을 포함해 금융회사 지배 구조에 관한 법률(가칭),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 등 다른 법안들은 더더욱 국회에서 멀어지고 있다.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률과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은 각각 금융감독원과 KDB산업은행의 조직 개편 문제와 연관돼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들 법안은 여야 간 의견 차이가 훨씬 커 국회 통과 가능성이 더욱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