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점포폐쇄·인력구조조정에 노사 이견
과다 용역비 계정 등 국부유출론도 불거질 듯
한국씨티은행의 점포폐쇄와 관련 노사간 양보 없는 법정공방이 진행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5일 오후 한국씨티은행 노조가 제기한 은행지점 폐쇄금지가처분신청에 대한 1차 심문을 진행한다.
이날 심문은 씨티은행이 지난 8일 국내 190개 지점 중 30%에 해당하는 56개 지점을 줄이겠다고 한데 대해 노조가 크게 반발하며 점포폐쇄를 막아 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 건을 다루는 것이다.
앞서 씨티은행 측은 56개 지점 중 수원역·경서동·도곡매봉·압구정미성·이촌중앙 등 5개 지점의 폐쇄를 추진하겠다고 공지했으며, 이어 10개 지점(신용산·인천 신기·종로·인천 간석·인천 용현·분당 이매·분당 정자·부천서·인천 계양·부산지점)에 대한 추가 폐쇄도 통보한 상태다.
은행 노조가 점포폐쇄에 맞서 은행 사측을 상대로 법정 공방을 벌이는 것은 최초로 알려져 있다.
점포폐쇄 등은 경영권으로 간주돼 노사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씨티은행 노조에서 우려하는 것은 56개 점포폐쇄 이후 진행될 650명 정도 인력의 구조조정이다.
점포폐쇄 계획 발표 이후 직원들 사이에 '살생부'로 불리는 영업점 평가자료가 논란을 일으킨 이유도 이 때문이다.
노조에서는 1차와 2차 은행지점 폐쇄금지가처분 신청을 모두 제기해 놓은 상태이며, 공교롭게도 1,2차 신청 사건은 모두 제50민사부에 배당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사측을 상대로 점포폐쇄를 금지시키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이번 법정공방이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처럼 일방적인 대결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조측의 변호인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44) 변호사로 알려졌으며, 씨티은행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맡고 있어 힘의 균형도 기울어 있다.
하지만 노조에서는 이번 법정공방을 통해 순이익에 버금가는 과도한 글로벌 용역비 문제 등을 지적하며,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직원들에게만 전가하는 문제점을 통렬하게 비판해 내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보이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씨티본사에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용역비를 지급해 오고 있는데 씨티은행과 한미은행의 합병 당시 200억원대에 불과했던 용역비는 2014년 1850억원까지 올랐다.
2011년 당기순이익이 4568억원으로 정점을 찍을 당시 1245억원이었던 용역비는 이후 순이익이 급감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금액이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2012년 당기순이익이 2385억원으로 반토막이 났지만 용역비는 1870억원(추정 해외용역비 1370억원 포함)으로 올랐으며, 당기순이익 대비 용역비의 비중이 57%로 급상승하게 된다.
특히 2012년도에는 용역비 1870억원에 배당금 798억원을 합치면 당기순이익 2385억원보다 283억원이 더 많은 2668억원이 씨티본사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노조 측 변호인인 곽상언 변호사도 이 점에 주목했다.
곽 변호사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점포폐쇄의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수익 악화이지만 내부적으로 의심하고 있는 부분은 씨티은행 사측의 국부유출이다"며 "씨티본사에 지급하는 용역비를 과다하게 계정해 수익을 악화시키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직원들이 보고 있는 것이다"고 강변했다.
또 그는 "25일은 첫번째 기일이니 만큼 관련 증거 자료를 제출하고 상대 의견을 듣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쟁점은 사용자인 씨티은행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단체협약에 명시된 노조와의 합의절차를 충부히 이행했느냐이며 이 부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