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일어나는 현상 중 인수 합병(M&A)은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두 기업의 주식 및 자산이 합쳐치는 것은 기업의 미래뿐 아니라 주주들에게도 금전적 이익 혹은 손실을 가져다 주기 때문입니다.
간혹 개인 투자자나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는 '내 기업이 합병되면 주식을 팔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하는 고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로 여겨지는 M&A의 경우 합병 자체가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지만 때로는 무리한 M&A로 인해 인수 기업이나 피인수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일도 있습니다.
따라서 합병 이후 주가가 오를 지 내릴 지 단정하는 것은 전문가의 입장에서도 매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인수 측과 피인수 측 기업들은 주주에게 선택의 기회를 부여합니다. 이를 '주식 매수청구권'이라고 일컫습니다.
주식 매수청구권은 주주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M&A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의 소유주식을 기업에 되팔 수 있는 제도입니다. 적정한 가격의 거래에 의해 주주가 금전적 손실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내가 우량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급(級)이 떨어지는 회사와 합병을 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합병 이후 주가가 오를 수도 있지만 떨어질 위험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이때 기업에 '내 주식을 적정한 가격에 매입하라'고 요구할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M&A에 반대하는 주주는 서면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주주총회 의결 이후 약 한 달 반 안에 기업은 반대 주주의 주식을 매입해야 합니다.
여기서 적정한 가격이란 반대 주주와 법인 간의 협의에 의해 결정됩니다. 보통은 이사회 결의 직전 일주일에서 2개월 사이의 시가와 시가총액에 의해 정해지지만 시장가보다는 약간 높게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만일 기업과 주주 간 협의가 차질을 빚을 경우 법원에 판단을 맡기기도 합니다.
시장가보다 비싸게 팔 수 있다고 해서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주식 매수청구권 행사에 의해 매각한 주식은 장외거래에 해당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주식을 많이 보유한 주주일수록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물론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을 권리도 주어집니다. 만일 두 기업 합병 이후 기업 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확신이 있거나 당장 자금 회수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경우 적정 비율에 의해 주식을 배분 받게 됩니다.
최근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M&A가 결정되며 두 기업의 주식 합병 비율은 '1대 0.4425482'로 정해졌습니다. 다시 말해 제일모직 주주에게 삼성SDI 주식 1개를 발행해 주는 대신 제일모직 주식 약 2.26개를 돌려받는 것입니다. 제일모직 10주를 보유한 주주는 삼성SDI 약 4.4주 정도를 갖게 됩니다.
금융투자회사 한 관계자는 "합병 비율을 산정할 때 미래 가치는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두 기업이 합병 이후 더 성장한다면 주가도 더 오를 수 있지만, 반대로 실패한 M&A가 되면 주가는 떨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