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사과 '진정성' 논란…與조차 "상황인식 안일"

국무회의 자리서 '사과'‧책임 회피성 발언

박근혜 대통령이 여객선 세월호 침몰참사 발생 14일 만에 사고대처 미흡에 대한 사과를 했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물론 국민들의 슬픔과 분노가 가라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해양경찰의 초동대처 미흡, 정부의 재난관리 무능 등 총체적 부실로 대참사를 야기, 전 국민적인 애도와 분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인식이 안이했다는 평가다.

특히, 구조인원 0명이라는 사고의 참담함에 비해 지각 사과는 물론 사과 내용과 형식 등에서 모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여당 내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전날(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사고로 희생된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위로했다.

그러면서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초동대응과 수습이 미흡했던 데 대해 뭐라 사죄를 드려야 그 아픔과 고통이 잠시라도 위로받을 수 있을지 가슴이 아프다.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전 국민적 슬픔과 분노가 들끓고 있는 대참사에 대한 사과를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 앞이 아닌 정례적으로 모여 회의하는 국무위원들 앞에서 한 점은 진정성이 의심될 만한 대목이다.

□ 대참사 상황에서 '앉아서 사과'…국민에 대한 예의 어긋나 = 박 대통령의 사과는 이번이 네 번째로 그동안 윤창중 전 대변인 성추문 논란,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 국정원 간첩증거조작 사태 때 사과를 했다. 앞서 한 사과 역시 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 자리에서 '앉아서' 전달했다. 국민을 직접 소통하는 자리가 아닌 비서관회의와 국무회의를 통한 사과는 '간접 사과'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유가족대책위는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사과에 대해 "박 대통령의 사과, 비공개 사과는 사과도 아니다"라며 사과 수용을 거부했고, 야권 역시 "왕이라도 그렇게 사과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회의장에서 한 진심을 느낄 수 없는 말 한마디를 국민은 결코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정의당 천호선 대표)이라고 질타한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친박계 의원도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과하는 타이밍도 놓친 데다, 회의가 아니라 국민 앞에서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있다"며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고 사고 수습을 해야 하는데 초반을 그냥 흘려보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대로 책임을 지겠다는 말도 없고, 유가족들마저 사과가 아니라고 비판하는 상황이니 나중에 또 해야 할 판"이라며 "사과를 계속 하는 것도 좋지 않은데...상황판단이 안 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 

□ '책임통감' 발언 없어…김선일 피살 당시 정부 책임 지적 = 사과의 내용에 있어서도 '책임'이라는 단어를 찾기 어렵다. "과거로부터 쌓인 적폐를 바로잡지 못해 너무도 한스럽다", "집권 초 악습과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노력을 더 강화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면서 사고의 책임을 이전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는 듯한 인상을 줬다.

하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정부의 우왕좌왕과 컨트롤 타워 부재는 전 정부의 잘못보다는 박근혜 정부의 무책임에서 기인한 면이 대부분이다. 안전을 강조하며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꿨음에도 재난 관리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못해 혼선을 빚었다. 사고 초기 '전원 구조'라고 잘못된 정보를 내보내기도 하고 잠수부의 선체 진입과 관련해 '성공→실패→성공→철수' 번복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분노를 자초한 것도 박근혜 정부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2004년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돼 피살된 김선일씨 사건을 두고 당시 참여정부를 향해 "국가가 가장 기본적 임무인 국민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하며 국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됐다"”고 비판한 바 있다. 자신의 '책임'을 언급하지 않은 전날의 사과가 무색해지는 이유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공동대표는 "대통령이 유가족이나 국민 앞에서 '나도 죄인'이라며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면 유가족과 국민에게 작은 위로나마 드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도 현장을 다녀온 새누리당 관계자도 "사고가 터지면 국민 불안을 다독이고 예의 차원에서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수습하는 건데...상황이 이 지경인데 현실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