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5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이는 지난해 5월 0.25% 포인트 인하한 후 1년째 기준금리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이다.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금리동결을 예상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1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의 98.4%가 이달 기준금리가 현 수준인 2.50%에서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국들의 금융불안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있지만 국내외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특별하게 기준금리에 변화를 줄 요인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한 급격한 소비심리 위축도 기준금리 동결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인 8일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은 은행회관에서 진행된 수정 경제전망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할 때 금통위원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금리동결을 결정한 점도 한은의 신중한 행보에 무게를 실어 주었다.
7일(현지시각)에는 체코(연 0.05%), 폴란드(연 2.5%)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며, 같은 날 호우 중앙은행은 8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또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과 유럽중앙은행(ECB)도 8일(현지시각) 각각 기준금리를 연 0.5%와 연 0.25%로 동결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제도(fed)의 행보도 한은이 쉽게 금리를 결정할 수 없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은 7일(현지시각) 미 의회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기준금리 인상시점에 대해 "자산매입 종료로부터 상당 기간 이후"라고 답한 후 "금리인상에 대한 기계적인 공식이나 시간표는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가 끝나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은 상당한 텀을 두고 진행하겠다는 의중을 보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은이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이전에 선제적인 금리결정을 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 송민기 연구위원은 "세월호나 경제지표 변화 등도 기준금리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현재로서는 미국 연준의 움직임이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방향타가 될 것"이라며 "한번 기준금리에 방향성을 결정하면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으로 지속해야 하는데 연내에는 기준금리에 변화를 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4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공업제품가격 및 서비스요금의 오름폭 확대 등으로 전월의 1.3%에서 1.5%로 높아졌으며,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전월의 2.1%에서 2.3%로 상승했다.
앞으로 물가상승류르 농산물가격 안정 등으로 당분간 낮은 수준을 나타내겠으나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게 한은 측의 관측이다.
환율은 경상수지 흑자 지속과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장기시장금리는 좁은 범위 내에서 변동했다.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방향과 관련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 해외 위험요인에 유의하고 세월호 사고 이후의 내수 움직임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성장세 회복이 지속되도록 지원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범위 내에서 유지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