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독과점 체제의 보세판매장(면세점) 운영을 해소하고자 도입된 중소·중견기업 입찰 참여 제도의 취지가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중소·중견기업의 면세점 사업판로를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중소·중견기업이 운영하는 보세판매장(면세점)에서 술과 담배를 독점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이들 업체의 입점 특허를 5년씩 2회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사진)은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관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에 따르면 현재 지방 면세점 특허를 낙찰 받은 중소 면세점 업체들의 경우 브랜드 회사와의 구매계약 체결, 시장 판로 개척 등의 어려움으로 사업 운영이 지연되거나 면허를 반납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 중소·중견기업 입찰 참여 제도의 효과는 없는 반면, 면세점의 대기업 독과점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입찰을 실시한 김해공항 출국장 면세점에서 외국기업이자 매출 세계 2위 면세점 기업인 듀프리의 자회사격인 토마스줄리코리아가 국내 중견기업임을 내세워 보세판매장 특허 낙찰을 받은 바 있다. 올해에는 제주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에서 국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기업인 한화 그룹 계열사인 ㈜한화 타임월드가 특허를 받기도 했다.
윤 의원은 "중소·중견 면세점의 판로를 보장하고 시장에서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입법적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먼저 국내 중소·중견 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에서만 독점 성격이 강한 술과 담배를 비롯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품목의 판매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이들 기업이 안착할 수 있도록 신규 면세점 특허를 받게 되면 이후 5년씩 2회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외국법인의 탈법적 입찰 참여 방지를 위해 외국법인이 보세판매장 특허의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 내국인이 운영하는 중소·중견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강제했다. 해당 방침을 어길 경우에는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외국기업의 주식이나 지분은 전체의 30%를 넘을 수 없도록 지분제한 규정을 마련하는 한편, 보따리상처럼 법 위반의 의심이 강한 사업자도 입찰 참여 자체를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윤 의원은 "특허산업의 성격인 면세점 산업에서 중소·중견기업의 활로를 보장해주는 것은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여야 한다'는 헌법에서 정한 당연한 국가적 차원의 명령"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