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성교 늘어나 1·2형 경계도 사라져
직장인 이 모씨(24·여)는 최근 이상하게 기운이 없고 열이 나기 시작해 야근 등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로 여겼다. 그러다 음부가 가렵고 따가워 질염인 줄 알고 병원을 찾았더니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2형 헤르페스로 진단받았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고열에 심지어 대·소변을 보는 게 어려워질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결국 입원하게 된 그는 소변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호스’를 연결해야 하는 굴욕을 겪었다.
헤르페스바이러스감염증은 헤르페스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지금까지 8종류의 바이러스가 발견됐고 단순포진바이러스라고도 한다. 이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피부가 따끔거리다 빨간 발진이 생기고 수포가 포도송이처럼 무리지어 나타난다. 배꼽 기준으로 위쪽에 발생하는 1형과 아래쪽에 발생하는 2형으로 구분된다.
최근들어 헤르페스에 감염된 사람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2011년 헤르페스바이러스감염증으로 진단받은 환자수는 66만여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인다고 발표했다.
헤르페스는 유형에 상관없이 감염되면 초기증상이 없고 신경세포 속에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는 경우가 많아 환자가 발병사실을 모르기 쉽다.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는 환자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감각신경을 타고 점막부위로 이동해 병변을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잠복기간은 바이러스 침입 후 약 2~10일 정도다.
한번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완벽히 치료되지 않고 평생 신경세포 속에 잠복해 재발해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 처음엔 전신무력감, 편두통 등 전신증상과 피부 점막의 수포 정도로 그치는 것처럼 보이나 통증이 심해지고 주변의 임파선이 붓기도 한다. 아토피환자나 피부가 약한 사람은 수포가 국소 부위에 그치지 않고 전신으로 번질 수 있어 곤란하다. 드물게 바이러스가 내부장기로 감염될 경우 뇌수막염, 폐렴, 간염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1형 헤르페스바이러스감염증은 구순 단순포진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I)로 불리며 초기감염시 구내염과 인후두염이 가장 흔하고 입술 주위에 주로 나타난다.
2형 헤르페스는 성기단순포진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II)로 불리며 외부성기 부위에 물집이 생기고 발열·근육통·피로감 등이 동반된다. 여성은 질 안쪽에 발병할 경우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워 산부인과에서 바이러스검사를 통해 발견하는 경우도 적잖다. 대부분 성접촉에 의해 전파되므로 성병으로 분류한다. 2형 헤르페스는 선천적으로 갖고 있다가 잠복상태에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경우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개 성접촉이 활발한 성인에게서 잦다.
다만 요즘엔 1형·2형의 경계가 사라지는 추세다. 신용덕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요즘 젊은이들 중 성기주변에 생기는 헤르페스가 2형이 아닌 1형에 의한 경우가 종종 보고된다”며 “이는 구강성교 때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입가 주변에 감염된 1형 바이러스가 구강성교를 통해 성기 주변으로 퍼지는 것이다.
1형 헤르페스라면 대개 컨디션이 좋아지면서 자연치유된다. 하지만 2형 헤르페스에 감염됐다면 성기 주변에 물집이 생기면서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물집이 터지고 염증이 생기면 통증이 강렬해 경구투여제, 정맥주사, 연고 등 다양한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한다. 2차 세균감염에 대비해 항생제를 쓰기도 한다. 경구약은 연고에 비해 효과가 빠르며, 이 씨처럼 배뇨가 어려울 경우 며칠 입원해 치료받아야 할 수도 있다.
신용덕 원장은 “이런 약들은 신경절에 잠복한 바이러스 자체를 제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재발할 수 있다”며 “현재까지의 헤르페스 치료목적은 완치가 아닌 증세완화 및 전염력 방지”라고 설명했다.
교차감염을 막으려면 성관계 파트너와 함께 치료받아야 한다. 신 원장은 “2형 헤르페스는 성관계로 전염되는 만큼 과거 병력을 확인한 뒤 둘 중 한사람이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면 상대방도 바이러스 유무를 확인해봐야 한다”며 “만약 둘 다 감염된 상태라면 헤르페스 증상이 없는 시기에 성관계하는 게 좋고, 병변이 있을 때에는 금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헬스오 정희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