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침몰참사 정부의 초기대응 미숙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국무총리. 사진은 정 총리가 지난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서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김용진 기자)
'책임총리' 공약 대통령 스스로 지켜야
차기총리 "관료보다 정치인 출신 적합"
박근혜 대통령이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사과와 향후 대책 등을 담은 대국민담화를 금명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불가피해진 개각 행보도 차츰 구체화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정부의 총체적 부실대응을 책임지고 사의를 표명한 상태이며 재난안전 책임이 있는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과 이주영 해양수산부, 서남수 교육부 장관 등도 개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한 참모진 역시 교체대상으로 부상했다.
특히 후임 총리에 대한 임명 시기와 역할, 비중 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정권의 향후 국정장악력 등 승패를 결정지을 차기 총리 인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대통령, 대국민담화문 발표 예정…與도 '고강도 개각' 요구 =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백지에서 시작해야 한다. 비상한 시국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해야 된다"며 "박근혜 정부 1기 내각은 소신과 전문성, 책임의식이 결여됐다"고 국무위원들의 무책임을 비판하며 고강도 쇄신을 촉구한 바 있다.
차기 총리 임명과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이후~6.4지방선거 이전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선 후보자를 인선한 뒤 인사청문회 등 추가적인 절차는 지방선거 이후 추진하는 루트다.
새누리당 전략기획 측 관계자는 "총리는 이미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에 바뀌는 건 기정사실이고, 사고 수습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총리 인선을 더이상 미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문 발표한 후 바로 임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후보자를 임명 한다고 해서 바로 일하는 게 아니라 인사청문회를 거쳐야한다. 적어도 보름은 걸리는 일"이라며 "지방선거 이후 총리를 임명하면 너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임명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안행부·해수부 등을 포함한 대규모 내각 교체는 당장은 어렵다는 인식이 많다. 지방선거 전에 개각을 마무리 짓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촉박한데다, 지방선거를 의식한 모양새가 되어 여론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지방선거 전에 개각을 하면 나빠진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국면전환용 꼼수라는 공세를 받을 것이 분명하다. 시간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더욱이 이번 사안은 개각으로 가족들과 국민들의 분노가 잠재워질 문제가 아니어서 더 심각한 것"이라고 걱정했다.
□ 차기 총리 자격조건, "물세례에 도망가지 않을 사람" = 문제는 '어떤' 사람에게 중책을 맡길 것인가다. 차기 총리의 역할에 대해서는 '책임총리'를 실현할 인물을 여야 모두 손꼽는다. 책임총리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박 대통령이 첫 파트너로 고른 정 총리는 이미 책임총리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 세월호 참사에서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
이에 정치권에서는 관료 출신이 아닌 정치인 출신의 '강한 총리론'이 대두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관료들의 무능이 정권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 만큼, 박 대통령도 관료 중용 중심의 인사철학에서 상당폭 이탈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덧붙여지면서 정치인 출신 총리론에 힘이 붙고 있는 양상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정 총리는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권위주의, 상명하달에 익숙한 사람"이라며 "관료출신이 책임총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지난해 청문회 때 다 지적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는 정부 출범이니까 웬만하면 통과를 했지만 이번에는 철저히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책위 한 관계자 역시 "대통령이 권한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임총리가 되려면 스스로 사명을 다해야 한다. 물세례를 맞는다고 도망가는 게 아니라 계란을 던져도 그대로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이 화가 나서 물을 뿌리는 건데 그걸 피하고 도망가면 책임회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정부 위신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적어도 국민의 요구를 들으려고 노력하고 그걸 대통령께 정확히 고언 하는 총리가 되어야 한다. 관료 보다는 정치인이면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