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은 이용하는 이들 대부분이 흔적을 남기기 꺼려하기 때문에 카드보다 현금거래가 빈번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금거래는 정확한 소득을 추정하는데 있어 커다란 장애물. 이 때문에 모텔은 '수도계량기'에 찍힌 사용량 등을 통해 대략적인 소득을 책정한다는 말이 돌기도 합니다.
국세공무원들에게도 모텔은 만만치 않은 곳이 분명합니다. 아무리 국세공무원에게 재량권이 있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계를 벗어날 순 없기 때문이죠.
이번에 불복이야기에서 다룰 사례가 바로 모텔사업자에 대한 과세문제입니다. 모텔의 월별매출현황에 기재된 '의문의 숫자'를 모텔의 대실횟수로 보고 수입금액을 산출한 과세관청. 과연 조세심판원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 A씨 "담배 판매 금액일 뿐" vs 과세관청 "정황상 대실횟수다" = A씨는 2009년부터 모텔을 운영하면서 건물지하에 위치한 유흥주점으로부터 2차손님(성매매)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못가 성매매 알선 혐의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되죠.
엎친 데 덮친 격. 지난해에는 매출을 누락한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게 됩니다. 조사를 통해 혐의를 확인한 과세관청은 2009년부터 누락된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가 있다고 판단, 결국 A씨에게 거액의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2010년에 바뀐 유흥업소로부터는 2차손님을 받지 않았다는 A씨. 그는 과세관청의 처분에 문제가 있다며 즉각 불복소송을 제기하고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A씨는 "2009년까지는 유흥주점으로부터 2차손님을 받아, 그 내역을 매출현황표의 '단체'란에 기재했으나, 2010년 새로 입주한 유흥주점의 경우 영업방식 달라 유흥업소로부터 투숙객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쟁점과세기간의 모텔 매출현황표의 '단체'란에 기재된 숫자는 단체 투숙객의 숫자를 기재한 것이 아닌 모텔 종업원들이 투숙객에게 음료·담배 등을 판매한 내역을 천원 단위로 기재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과세관청이 이를 단체 대실횟수로 판단해 대실료를 곱해 결정한수입금액을 매출누락액으로 본 것은 부당하므로, 이에 근거해 과세한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 과세처분은 취소해야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과세관청은 "A씨가 모텔을 운영하던 2009년부터 관리해 온 파일과 동일한 서식에 월별시트만 구분해 사용해 왔고, 쟁점과세기간의 '단체'란에 기재된 일일 평균 호실대여수가 2009년 일일 평균 호실대여수와 비슷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실·숙박이 많은 날에도 숫자는 거의 변동이 없으며, 오히려 토요일의 경우 대실·숙박이 급증함에도 숫자는 감소하는 점으로 보아 맥주 및 음료 등의 매출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과세관청은 이어 "쟁점과세기간에 실질 매출 장부의 '단체'란에 기재된 숫자를 호실 대여숫자로 판단해 수입금액을 결정한 당초 처분은 정당하다"고 못 박았습니다.
□ 심판원, "2차손님 안 받았다고?…확인 안돼" = 사실관계와 정황을 면밀히 살핀 심판원은 과세관청과 같은 입장을 취하며 부과된 세금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심판원은 우선 "A씨가 2차손님을 받던 유흥업소가 2010년부터 바뀌었기 때문에 '단체'란의 숫자는 맥주 등을 판매한 금액을 천원단위로 기재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실제 유흥주점의 영업형태가 바뀌었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심판원은 성매매 알선행위 등의 위반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사실로 보아 성매매알선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 2009년과 2011년 매출현황상 '단체'란의 일별, 요일별 숫자를 비교해 볼 때 거의 유사한 형태로 확인되는 점 등을 문제 삼았습니다.
심판원은 그러면서 "과세관청이 쟁점과세기간의 매출현황상 '단체'란의 숫자를 모텔 대실횟수로 보고 이를 기준으로 수입금액으로 산출해 과세한 처분은 잘못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3서47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