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은 22일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이 회장의 건강 악화로 증인심문 절차의 일부를 취소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재판장 권기훈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이 회장과 신동기 전 부회장 등 5명의 피고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항소심 2회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가 첫 번째 증인심문이 끝나고 잠시 휴정한 사이 이 회장의 주치의가 혈압을 체크한 결과 위험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돼 이 회장측 변호인들이 두 번째 증인심문 절차까지만 진행해 달라고 요구해 이날 예정이던 세 번째 증인심문은 다음 기일로 연기됐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30일 구속집행정지기간이 끝나고 재수감 되었으나 다시 건강이 악화돼 5월 13일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마스크를 쓰고 휠체어에 의지해 출석한 이 회장은 시종일관 눈을 감고 몸을 가누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회장측 변호인도 이날 이 회장의 건강문제에 대해 가장 먼저 언급하면서 재수감된 이후 주치의가 1주일 간격으로 면역억제치료를 한 소명자료를 의견서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변호인측은 이 회장의 신장이식은 혈연관계가 아닌 부인에게서 받아 거부반응이 상대적으로 높아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혈중 면역억제 농도가 떨어져 신장기능에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목숨까지 위험해 질 수 있다고 호소했다.
또 이 회장이 CMT(사르코 마리 투스)라는 희귀병으로 인해 손발 근육이 손실되고, 신경조직이 손실되는 병을 앓고 있는데 최근 이 증상도 악화돼 스스로 보행이 힘들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구치소 수감 생활을 버텨내기 힘들며 안정적인 환경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으면서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해 줄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증인심문에서는 부외자금 조성과 횡령에 대해 이 회장측과 검찰측의 치열한 법리 논쟁이 진행됐다.
이 회장측 변호인은 "검찰과 1심에서 부외자금 조성 그 자체를 횡령으로 본 것은 우리나라 어느 판례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와함께 부외자금의 사용처에 대해 검찰과 1심에서 구체적인 입증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변호인들의 의견과 달리 1심 법원에서 약 7~8개월 동안 사건을 꼼꼼히 경청하고 충분히 심리를 거쳐서 판단한 것"이라며, 판결문에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근거가 기록돼있다고 맞섰다.
검찰은 구체적인 판례를 제시하면서 부외자금 조성 시점에 이미 횡령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고 변호인측 주장을 반박했다. 특히 현대자동차 사건을 예로 들면서 "개인재산관리를 하던 재무팀장에게 자금이 전달됐고, 이 재무팀장이 아주 조그만 부분을 사용했지만 이것도 결국 부외자금 조성과 횡령이 인정됐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측은 증인심문을 통해 부외자금이 당시 그룹 활동에 불가피하게 필요로 하는 현금성 경비에 사용됐으며, 임직원에 대한 격려금과 M&A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으로 사용하는 등 공적인 용도에 사용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검찰측은 공적 용도에 사용하려 했다면 공식적인 과정을 통해 지출하면 되지 왜 증빙 자료도 없는 비공식적인 방식을 사용했는지를 추궁하면서 부외자금 조성과 횡령에 대해 구체적인 반증을 제시해 보라고 맞섰다.
한편, 재판부는 이 회장의 건강문제에 대해 의견이 있으면 변호인측이든, 검찰이나 구치소측이든 언제든지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다음 기일은 변호인측에서 신청한 증인심문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일정을 6월 12일로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