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서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낙마한 김용준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왼쪽)과 안대희 전 대법관(사진 = 김용진 기자)
역대 정부 총리 낙마 후 레임덕 현상
예상밖 인사 참사에 여당도 '당황'
세월호 참사 위기 극복 카드였던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지명 엿새 만인 지난 28일 퇴각하면서 향후 박근혜 정부 국정 장악력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총리 지명은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사과와 총체적 쇄신을 위한 개각의 신호탄이었다. 때문에 한 때는 '국민검사'로 불렸던 안 전 총리 후보자에 대한 지명은 세월호 참사 주요 대책 중 하나인 '관피아 척결'의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국민정서에 반하는 전관예우와 기부 진정성 의혹, 조세소송 수임, 아들 병역 문제 등 의혹이 줄줄이 터지면서 스스로 사퇴하게 됐다.
문제는 이번 총리 후보자 낙마가 벌써 두 번째라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김용준 전 인수위원장을 초대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70대 고령에 건강상태도 양호한 편이 아님에도 도덕성과 능력, 자질 면에서 적격자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전관예우와 부동산 투기, 아들 병역 비리 의혹 등이 줄줄이 나와 결국 사퇴했다.
□ 역대 정부 총리 낙마 '레임덕'…인사검증 역대 최악 = 대통령 다음으로 행정부를 책임지는 총리의 낙마는 그 자체로 정부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역대 정부에서도 총리가 낙마한 직후부터 레임덕이 왔음은 물론이다.
역대 총리 후보자 낙마 사례를 살펴보면 이번이 5번째다.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김대중 정부 때 장상 총리 후보와 장대환 총리 서리, 이명박 정부에서 김태호 총리 후보가 중도 사퇴했다. 김대중 정부는 2002년 집권 말기,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정권 중반기에 총리 낙마 사태가 일어나면서 레임덕을 맞았다.
국정 운영이 1년 4개월밖에 안 된 정권 초기에 총리 낙마가 두 번째 이어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정부의 무능과 부실을 드러낸다.
특히 인사검증에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다. 총리 낙마 외에도 지난 해 헌법재판소장에 내정됐던 이동흡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등 인사청문회 대상자 5명이 줄줄이 낙마했다. 이밖에도 별장 성추문 의혹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미국 정상회담길에서 성추행 논란으로 물러난 윤창중 전 대변인까지 박근혜 정부 사람들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 정권초기부터 인사 참사, 與도 "레임덕이라고 볼 수 있다" = 참사 수준의 인사시스템에 발목이 잡히고 있는 이 상황에서 여당 내 비판의 화살은 인사의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한 여권 인사는 "지금 청와대도 여당도 심리적으로 붕괴된 상태"라며 "대책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여당과 소통하면서 인재를 구하는 것도 아니고..."라며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지적했다.
그는 정권 초기 총리 후보자가 두 명이나 낙마한 것에 대해 "레임덕이라고 볼 수 있다"며 "지금 여당이 힘이 없다. 개혁하고 싶어도 힘이 없는데 어떻게 하겠나"라고 말했다.
대선캠프와 인수위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문고리 권력이 문제다. 거기서 다 틀어쥐고 제대로 보고를 안 올리는 것 같다"고 김 비서실장과 청와대 비서진들을 꼬집었다.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청와대 비서진 교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도 과연 그것이 실현 가능하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다른 여권 인사는 "청와대 비서진은 교체돼도 김기춘 실장은 유임된다는 보도가 있지 않았느냐"며 "그대로 가겠지. 비서실장은 대통령 최측근인데, 대통령이 믿을 사람이 그 분인데..."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향후 국정운영에 대해 "지금 계속 선거가 있어서 여당으로서는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하다"라고 털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