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이용한 주가조작 사건이 적발돼 수사 당국에 넘겨졌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이란, 트레이더가 프로그래밍 된 주문 방법을 이용해 사전에 설정된 조건에 부합하면 매매가 이뤄지는 거래이다.
29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미국 소재의 알고리즘 트레이딩 전문 회사에 소속된 트레이더들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8개 종목을 불법으로 거래해 141억원을 부당 취득했다.
이들이 불공정 거래를 한 곳은 개인 투자자가 주로 투자하는 코스피200 야간 선물 시장. 2012년 1월부터 약 1년 동안 이들은 직접 개발한 알고리즘 매매 기법을 이용해 허수주문을 하는 등 시세를 조종했다.
이 알고리즘 트레이딩 전문 회사는 현재 미국 사법 당국 및 감독 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금융위 측은 전했다.
박정훈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장은 "코스피200 야간 선물 시장은 기초 자산 가격이 없고 특정 투자자의 대량 주문에 따라 시세가 급변할 수 있으니 개인 투자자의 경우 충분한 지식을 습득한 후 거래해야 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날 금융위는 미 트레이더 외에도 총 22명의 불공정 거래자를 찾아내 검찰에 넘겼다.
불공정 거래가 적발된 혐의자 중에는 코스닥 상장회사의 경영진도 있었다. 이들은 주식을 보유 중인 회사가 부도, 감자, 횡령 등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이 정보를 미리 알고 공시 직전 매도해 약 각각 16억원, 17억원의 손실을 피했다.
D사의 경우 대표이사가 시세조종을 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상승시켰다.
P사는 실질 사주가 경영권을 확보한 뒤 주식 보유 사실을 공시하지 않고 고의로 숨겼다.
S사의 전(前) 대표이사는 자산을 횡령한 후 상장폐지 되기 직전 주식을 매도해 손실을 피했다.
A사의 부회장은 주가가 하락해 손실이 급증하면서 이를 막을 목적으로 자회사 자금을 이용해 고가 매수 등 시세조종을 저질렀다.
금융위는 불공정 거래가 의심되는 경우 금융감독원 인터넷 홈페이지(www.fss.or.kr)에 적극 제보할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