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금감원 검사 이후로 결론 미뤄
내부봉합 사실상 실패…사태 장기화 우려
12시를 넘겨 1박2일(?) 동안 마라톤 회의로 진행된 국민은행 임시 이사회가 별다른 소득 없이 상처만 남긴 채 끝났다.
내부 갈등 봉합보다는 전산시스템 교체 잠정보류라는 최악의 결정을 내린 것.
국민은행 이사회는 30일 임시 이사회를 진행한 후 "현재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수검중인 점을 고려해 검사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지난 4월 24일 이사회에서 결의한 유닉스 기종으로 전환하는 절차의 진행을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기대한 내부갈등의 봉합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금감원의 검사결과 이후로 단지 논쟁을 미룬 것이다
이날 임시이사회는 당초 예정된 6시보다 2시간 늦은 8시경부터 시작해 격론과 정회를 반복하며 12시를 훌쩍 넘겨 끝났다.
IBM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유닉스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던 4월 24일 이사회 의결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던 감사보고서는 이날 이사회에 접수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 직후 김중웅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이사회 일동은 5줄로 정리된 간략한 회의 내용 외에는 이렇다할 답변을 안 한 채 서둘러 본점을 빠져 나갔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이사회를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이사회에서 격론이 있었고 공개입찰을 할 것이냐 하는 안이 있었는데 결국 내린 결론은 잠정유보"라며 "감사보고서는 접수가 됐으며 채택 여부는 감사위원회에 물어 봐야 할 것이다"고 말을 아꼈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은 앞서 지난 23일 1차 임시 이사회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27일로 예정했던 이사회를 한 차례 연기하며 내부 조직 갈등 봉합에 애를 먹어 왔다.
이에 임영록 KB금융 회장은 "30일까지 해결방안을 찾으라"며 내부 조직수습의 마지노선을 제시했고, 이건호 은행장도 이날 이사회에 앞서 "오늘 꼭 합의해야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내부 갈등 수습은 하루를 넘겨 결국 봉합되지 못한 채 상당한 상처로 남게 됐다.
또 이번 잠정 보류 결정을 통해 사실상 전산시스템 교체는 물건너 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물리적인 시간상 내년 7월까지 시스템 교체준비를 맞추기 어려워졌기 때문.
더구나 국민은행 노조가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은행장의 동반퇴진을 강력하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30일 오후 국민은행 노조는 여의도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경영진의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경영진들이 연일 싸움을 하면서도 권력다툼이 아니라고 한다"며 "요즘 국민은행 내에서는 '자기들끼리 왜 싸워'라는 유행어가 돌고 있다"고 자괴했다.
그는 "금융지주사체제로 바뀐 이후 곪았던 지배구조문제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다"며 낙하산 회장과 행장의 권력싸움과 인사권에 따라 줄서기를 하는 임원 등 모구 관치로 인해 빚어진 사태다"고 꼬집었다.
성 위원장은 조세일보 기자를 만나 "노조 차원의 진상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에 있으며 상당한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금감원의 검사진행 상황을 봐 가며 진상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실체에 대한 공개시기를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