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세수실적 48.8조원, 세수진도비 22.5%
현장 국세공무원들 "올해 세수입 확보 어려울 것"
지난해 말 확정된 2014년 국세세입예산규모는 총 216조4529억원.
4%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토대로 지난해 세입예산(추경-210조3981억원) 대비 3.9%(8조1010억원)를 늘려 잡은 수치다.
통상 1% 경제성장률이 2조원의 세수로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정도 세입예산 규모는 충분히 달성 가능한, '사정권'에 속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지난해 실제로 국고에 수납된 세수가 당초 목표치 대비 8조원 이상 부족한 201조900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즉, 올해 정부가 추가적으로 거둬 들여야 할 세금의 액수는 세입예산안에 반영된 8조원이 아닌 16조원 규모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며, 이는 4% 경제성장률 달성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
적어도 8%대 경제성장률을 만들어내야 확보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 지난해와 달리 경제가 몰라보게 활성화되고 있다면 세수확보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으로 도출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경제는 지난해와 달리 크게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세월호 침몰 참사라는 국난(國難) 수준의 대형사고가 터지면서 경제상황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는 현재 '비상시국'이나 다름없다. 세월호 사고 수습도 중요하지만 사고의 여파가 급격한 경기침체로 옮겨 붙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정책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그러나 '불안의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세수실적은 48조8000억원이었다. 세수진도비는 22.5%. 전년 같은 기간에 기록됐던 세수진도비(22.4%)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이는 안심할 수 있는 수치가 결코 아니다.
지난해 이 정도 세수진도비로 8조원 이상의 세수부족 사태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활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나 다름없는 법인세와 부가가치세수를 뜯어보면 올해 세입예산 달성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1~3월 징수된 법인세수는 11조4000억원, 부가가치세수는 12조2000억원이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법인세수(11조2000억원)는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며 부가가치세수가 7000억원 가량 증가했지만, 전반적인 세수실적 증대라는 '국면전환'을 이끌어내기에는 벅찬 모습이 역력하다.
현장 국세공무원들의 세수전망, "어렵다" 일색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지난 한 달(4월~5월) 동안에 걸쳐 납세자와 직접 대면하며 세금징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일선 세무서(서울지역) 국세공무원들의(총 50명) 세수전망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다수 국세공무원들은 올해 세수상황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세수확보 상황이 지난해 대비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이들이 전체 응답자수의 60%인 30명이었고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2명이었다. 설문대상자 50명 중 84%인 42명이 세수상황을 부정적으로 진단한 것이다.
이에 반해 지난해 대비 세수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이들은 전체 응답자의 16%에 불과한 8명이었다. 확실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답한 이들은 없었다. 부정적 세수전망의 근거로 상당수 국세공무원들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여행업·음식업 침체 등을 꼽았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인해 촉발된 내수부진과 경기침체 장기화 가능성이 세수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한 국세공무원은 "소비심리 위축, 대외활동 억제로 인해 가계 소비지출 축소가 기업활동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또 다른 국세공무원은 "세월호 사고로 공직사회와 기업, 가계들도 각종 행사 취소 및 유흥 등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일부 응답자의 경우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국가의 위기대응시스템에 대한 국민신뢰 저하가 국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크고 작은 '조세저항'으로까지 갈 수 있다는 다소 과격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응답자 중 일부는 세월호 침몰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분위기가 월드컵 특수 등의 영향을 받아 3개월 이상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캄캄한 세수상황, 이 상황에 또 '증세론' 고개
세수여건이 좋지 않다보니 그 동안 잠재해 있던 증세론도 틈을 타 고개를 들고 나오는 모습도 엿보인다.
일단 정부는 세수확보를 위한 총력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내수활성화를 위해 상반기 재정집행률을 기존 55%에서 57%로 끌어올리고 세월호 참사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여행업, 숙박업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국세청도 정기적인 세수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해 세수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체납징수 강화 및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세무조사 활동을 전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만으로는 세수목표 달성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달러 약세로 인한 수출기업 타격, 지나치게 높여 잡은 세수목표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증세론을 대안을 내놓고 있다. 일부 조세전문가들은 OECD국가 중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조세부담률을 근거로 법인세율 등 세수효과가 큰 세목에 대한 세율을 높여 세수여건을 개선하는 시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증세 추진은 경제활성화는 물론 세월호 사고 여파로 급전직하 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국민신뢰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세율인상은 특정 분야가 아닌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낮추는 추세인데 우리만 세율을 인상하면 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아직은 경기활성화 정책을 통해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