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 힘드시겠네요?"
올해로 4년차를 맞은 9급 출신 일선 세관 직원의 이야기를 전해듣고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온 말이었다.
공무원으로 4년 동안 일하고 있음에도 손에 쥐는 월급은 150만원 안팎. 요즘 세상에 150만원을 벌고 있는 남성과 선뜻 결혼을 하겠다고 나설 여성이 몇이나 될까.
요즘 여성들이 돈을 밝히니, 속물이니 하며 비난해도 어쩔 수 없다.
한달 150만원 가지고는 혼자 살기도 빠듯한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최근 안전행정부가 관보를 통해 발표한 공무원 평균 월급 447만원을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이 딱 벌어졌다. 언론들은 일제히 "공무원 박봉은 옛말"이라고 보도했고 근로자 평균 월급(2014년 3월 기준) 305만4000원보다 무려 130만원 이상 많다며 따가운 눈총을 보내기도 했다.
대기업 근로자와 맞먹는 수준의 임금 수준에 공무원 연금을 개편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정작 화가 나는 것은 일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이었다.
자신들의 통장에 찍히는 월급은 뻔한데, 대체 무슨 근거로 공무원 평균 월급이 저렇게나 나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선 세관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처음 3개월 동안 교육받을 때는 월급이 전혀 없다가 수습 때 10개월 동안 100만원을 받았고 정식 발령 이후 130만원을 받게 됐다"고 토로했다.
관세청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한 세관장은 "내 월급이 450만원이고 수당까지 합치면 500만원 정도가 되는데 어떻게 공무원 평균 월급이 447만원이냐"라고 강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공무원은 "어떤 사람들은 수당까지 얘기하라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공무원 연금을 받으니까 그게 그거 아니냐라고 하는데, 자신들이 150만원을 받고 일하면 어떨 것 같으냐"라며 "150만원을 주면서 매일 같이 창의적으로 일을 하라는데 민간에서 이렇게 주면 창의적인 일을 하겠냐"라고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만약 민간기업에서 한 직원에게 몇 년을 일해도 2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월급을 주면서 창의적으로 일하라고 하면 아마 해당 직원은 "노동착취도 정도가 있지,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라는 말이 대번에 튀어나올 것이다.
한 말단 공무원은 "결혼할 때 와이프에게 결혼해 달라고 싹싹 빌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요즘 세상에 150만원 남짓한 월급으로는 연애는 물론, 결혼, 출산 등 아무 것도 꿈꿀 수가 없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연차가 낮은 공무원들에게는 미래를 그리기 벅차다.
안행부의 '2013 공무원 총조사'에 따르면 9급으로 신규임용된 공무원은 직급보조비 등 복리후생비를 포함해 세전소득 월 평균 156만원, 재직 10년차 7급(8호봉)은 274만원, 재직 20년차 7급(18호봉) 356만원, 재직 30년차 6급(27호봉) 442만원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안행부는 왜 공무원 평균 월급이 447만원이라는 황당한 통계를 내놨을까.
안행부는 9급부터 시작해 고위공무원, 장차관, 국무총리, 대통령까지 모든 공무원의 임금을 더해 평균을 낸 것 뿐만이 아니라 판사, 검사, 외교관, 국공립학교 교원및 교수, 군인들의 임금까지 다 더해서 평균을 냈다. 당연히 평균값이 높아지는, 말그대로 무식한 계산방식을 쓴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가뜩이나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여론이 험악한 와중에 황당한 통계를 내놔 여론의 비판을 자초하는 것은 물론 과도한 업무에 매일 같이 야근하고 고생하는 상당수 일선 공무원들에게 '비수'를 꽂은 셈이다.
우리는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공무원들에게 화살을 먼저 돌리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다. 최근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모든 공무원들이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잘못을 저지른 공무원들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그들의 편을 들어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잘못을 저지른 공무원의 숫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많은 공무원들이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며 사명감 하나 붙잡고 박봉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한 번쯤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그들 또한 공무원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며 우리의 이웃들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