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삼수 끝 임대소득 과세 합의…'체면' 구긴 기재부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이 정상궤도를 찾았다.

2·26 주택 임대소득 과세 방침을 발표한 후 부동산시장의 불안심리가 확산되자, 3·5 보완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국회 수정안까지 온갖 논란을 초래하고 비난 여론을 얻어맞은 끝에 확정됐다. 

수정된 보완책의 핵심은 주택 시장을 억눌러온 임대소득 과세 정책의 완화. 쉽게 말해 임대소득자에 대한 세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다. 그동안 사실상 내지 않던 세금을 내야하는 부담으로 인해 주택 매수세가 꺾이는 등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정부의 판단도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주택보유 수와 관계없이 분리과세를 적용한다는 방침에 관계부처 간 불협화음을 보이는 등 모든 것이 순탄치 않았다.

실제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두고 국토교통부는 '3주택자도 분리과세 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며, 기획재정부는 '과세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반문하면서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정부는 다주택자 과세 완화 조치로 '시장 반응이 괜찮을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경기가 살아나는 상황이 아닌 만큼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시장의 반응이 팽배하다.

□ 임대소득 과세, 주택보유 제한 없앴다 = 새누리당과 정부는 13일 국회에서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 추진을 위한 당정협의를 개최하고 '월세 임대소득 분리과세 적용 대상'을 완화하는 내용으로 수정하기로 합의했다.

핵심은 이렇다. 주택보유 수에 상관없이 월세 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분리과세(14%)가 적용된다. 이는 낮은 세율로 세금부담을 줄여 주택 매수세를 회복시키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종전까지는 2주택자에게만 분리과세 혜택을 부여했다.

기준시가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의 경우도 임대수입만을 기준으로 해 2000만원 이하인 경우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9억원 이하 주택을 한 채만 가지면 현재와 같이 임대소득은 비과세가 유지된다.

연 임대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기존 대책과 같이 다른 소득과 합산해 6~38% 세율로 종합과세하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2주택자 보유자에게만 분리과세 혜택 부여 시 3주택 이상이나 임대수입이 2000만원 이하인 사람은 종합과세 되는 과세불형평 문제가 있다"고 수정이유를 밝혔다.

소규모 주택임대소득 비과세 기간도 연장했다. 임대소득 과세체계 개편에 따른 주택시장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당초 분리과세 이전에 소규모 임대소득자에 대해 비과세 하는 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었다.

철회 요구가 많았던 '전세 임대소득 과세' 방침은 그대로 고수했다.

당정은 전세 과세 원칙을 존중하면서 세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김낙회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금은 구체적 내용이 없다. 간주임대료 이자소득 공제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이중과세 논란은 없다. 추가로 세부담 경감 방안이 있는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 "과세형평성 문제라더니…" 체면 잔뜩 구긴 기재부 = 2·26 대책발표에 이어 3·5 보완책을 거쳐 6·13 추가 보완책까지 '3수'만에 임대소득 과세 방침이 극적으로 합의됐지만, 논의 과정에서는 이면(異面)이 존재했다.

발단은 이렇다.

지난 5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5 보완조치를 통해 세부담을 최소화한 바 있으나 내지 않던 세금을 내야하는 부담으로 인해 주택시장에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서 장관의 발언에 따라 국토부는 3주택 이상 소규모 임대소득자에게도 분리과세 하는 방안 추진을 결정했다.

하지만 조세정책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는 '과세형평성에 문제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생계형 임대사업 성격이 짙은 2주택자와는 달리 3주택자는 전문임대사업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임대소득 과세를 놓고 부처 간 칸막이가 허물 기미가 보이지 않자, 논의 테이블을 국회로 가져가기 이르렀다. 11일 당시 새누리당 안종범 의원 주최로 열린 '부동산 정책의 평가와 바람직한 세제 방안' 정책토론회에서는 관계부처 간 날 선 신경전이 계속됐다.

김재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지난해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폐지한다고 했는데 이런 측면에서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로 분리과세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관은 "기재부가 당초 2주택자 이하에 대해서만 분리과세를 발표한 것은 2주택자는 생계형 임대사업자이기 때문에 부담을 낮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3주택자는 전문임대사업자로 2주택자와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고 반박하기 이르렀다.

그러면서 "주택 수에 관계없이 임대소득금액을 기준으로 분리과세를 할 경우 과세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과세형평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임대소득 과세완화 방안 '거부의사'를 펼쳤던 발언은 합의점을 끌어 모으는데 실패했다. 올해 들어 부동산정책을 2번이나 거듭 수정하고, 과세원칙까지 스스로 철회했다는 점에서 기재부는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 "의미없는 대책"…시장반응 '싸늘' = 한편 서 장관은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 추진을 위한 당정협의 후 "(이번 협의 결과로) 주택 시장에서 괜찮은 반응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의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언제나 그렇듯 실효성에 의문이 던져진 것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국회 통과를 또 한 번 거쳐야 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또 어떻게 변경 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시장에 곧바로 시그널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임대소득 과세체계에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준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을 가진 1주택자에 대해서는 임대소득을 계속 비과세한다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박 팀장은 "9억원이라는 개념이 시세가 아니라 기준시가다. 다시 말해 9억원 이하인 사람들에 대해서도 똑같이 과세해야 형평성에 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이 늘어나면서 원룸 다가구 주택이 많아졌는데, 대부분 기준시가상 9억원을 넘지 않는다는 전언. 실거래가는 기준시가의 2배정도 수준이기 때문에 과세를 회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도 "가령 9억원짜리 건물을 가진 사람의 (전세)임대수입이 400만원이라고 쳤을 때, 임대수입이 2000만원 넘어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며 "약 1만5000가구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상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임대소득세 완화는 과세형평성 저해라는 부정적인 입장까지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3일 논평을 통해 "이번 정부안 마련의 근거로 제시된 세부담은 실로는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임대소득에 대해 필요경비율 60%와 임대소득공제, 분리과세 등을 적용할 경우 실제 세부담이 실제 임대소득의 3%에 지나지 않아 세부담은 과장돼 있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MB정부 이후부터 다주택자들의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징벌적 과세로 판단해 폐지했던 것과 같이다. 다주택자들을 위한 정책에 우선을 두고 있는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