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연 "대법원 자기모순적 판결" 반발
3년여 진행되어온 근저당권 설정비 반환소송에서 대법원이 은행의 손을 들어 줬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2일 곽모(76) 씨 등이 교보생명, 현대캐피탈, 서울신용보증재단 등 15개 금융기관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근저당권 설정비란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을 때 담보물의 근저당설정을 위해 법무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와 등기비용을 말한다.
근저당권 설정비를 은행이나 고객 중 누가 부담하는 것이 맞느냐를 놓고 말들이 많았으나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이 부담하도록 표준약관을 개정하면서 분쟁이 격화됐다.
이번 소송도 2011년 7월 대법원이 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부담하게 한 은행 약관이 불공정하다고 판결한 내용과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약관 개정을 근거로 제기됐다.
이번 소송이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1. 2심 판결이 은행과 소비자의 손을 제각각 들어준 이후 재차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기 때문.
금융권에 따르면 2011년 6월 대법원 판결 이후 기업과 개인고객 등이 은행 등 금융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관련 소송은 500여건에 달하며 대부분 은행이 승소했다.
1, 2심 재판부에서는 금융기관과 고객의 합의에 따라 체크 박스에 기재하는 선택형 약관으로 개별적인 약정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은행의 손을 들어 줬다.
대법원은 "개별적인 약정이 아니라 미리 정해 놓은 선택형 조항의 범위에서 약관에 따라 이뤄진 계약이다"고 판단했다.
표준약관을 개정한 공정위 처분은 건전한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제도 개선 차원의 행정적 조치로 공정위 처분만으로 이전 약관이 무효라거나 이에 따른 계약이나 거래가 무효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금융소비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며, 약자인 금융소비자의 권익보호보다는 강자인 거대 금융사의 입장을 두둔하는 다분히 정책적이고 자기모순적인 판결이다"고 주장했다.
2011년 6월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금융사가 부담할 근저당권 설정비까지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부당하고 불공정’하다고 판시했고, 그렇다면 부당하고 불공정한 약관에 따라 소비자가 부담한 과거의 설정비는 마땅히 소비자에게 돌려 주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근저당권 설정비 부담 주체 선택 여부와 상관없이 사실상 전부 소비자에게 귀속된 현실적 실질적인 상황파악을 못하고, 오로지 ‘선택형 약관’이라는 형식적인 법리 해석으로 금융사에 면책을 준 것은 법원이 약자인 금융소비자보다는 강자인 금융사를 편드는 불공정, 불합리한 잘못된 판단"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