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인식 논란을 일으킨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24일 끝내 자진사퇴하자, 야권은 일제히 "사필귀정", "만시지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사 참사를 빚은 내각 2기 인사를 재검토할 것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해임'을 거듭 촉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문 후보자의 사퇴는 예정된 것이었다. 하지만 사퇴를 밝히면서 국민에게 유감조차 표명하지 않은 것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며 문 후보자가 국민을 향해 '사과'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이어 2기 내각 전면 재검토를 압박하면서 박 대통령을 향해 "인사실패는 국력의 손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사실패와 국정혼란에 대해 진솔한 마음으로 국민께 용서를 구하는 것이 옳다"고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또한 "인사추천과 검증의 실무책임자인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는 점을 인식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문창극 총리후보 인사 파동을 겪으면서 국민들은 이미 오래전에 문창극 후보의 역사관과 세계관이 공직후보자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결심을 미루면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비판을 자초했다"며 "이제 더 이상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내맘대로'의 '수첩 인사', 깜짝 인사와는 작별하시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 기자회견에 대해 "지난 십 수 일의 비극적 상황을 결국 코미디로 마감했다. 오늘 문후보자가 되레 국민들과 국회의원, 그리고 언론을 향해 호통을 치는 자리였다"며 "자신의 사퇴는 법치주의를 부정한 국회와 진실을 외면한 언론에 의한 억울한 희생이라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 대변인은 "문 후보자는 자기 잘못은 없으나 오로지 대통령을 도와드리기 위해 사퇴한다고 고백했다. 결국 대통령"이라며 "그렇게 문 후보자가 충성을 다짐한 인사지명 책임자인 대통령은 귀국 후 며칠을 침묵으로 버텼다. 결국 자기 손에 먼지하나 묻히지 않고 이번 사태를 넘기려는 무책임하고 치사한 해결책을 쓴 것"이라고 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고집불통 인사의 결정판이라 할 만한 모든 문제가 총체적으로 드러난 상황이다. 결국 문 후보자의 사퇴 정도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라면서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사 참극의 총지휘자인 김기춘 실장을 당장 해임하라"고 압박했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면서도 "그러나 끝까지 '결자해지'(結者解之)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매듭을 묶었던 사람이야말로 분명히 박근혜 대통령 아닌가.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하나씩 매듭을 풀어야 할 때"라고 박 대통령의 책임을 물었다. 이어 내각 2기 재검토와 김 실장의 '경질'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문 후보자의 사퇴는 국민 여론을 되돌리기에는 한계상황에 도달한 데 따른 불가항력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나라의 근본을 개혁해 통합과 화합으로 가려고 했지만, 오히려 분열과 갈등이 심화된 데 대해서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함께 중차대한 숙제를 남겨주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울러 신앙인의 자유와 언론인의 소신, 공직자의 처신이 뒤엉키면서 초래된 혼돈의 시기였다"며 "이제 세 영역의 경계를 회복해서 공유해야 할 부분, 독자성을 인정해야 할 부분을 냉철하게 가려서 성숙된 민주주의를 착근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문 후보자의 주장을 옹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