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진 '심판의 날'…제재심, 종내 결론 '유보'

전 금융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유보'라는 허망한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시간 부족으로 심의하지 못했다'는 결론 앞에 해당 금융사들은 물론, 업계 종사자들은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또 다른 일주일을 살게 됐다.

한편, 유동성 위기를 맞은 동부제철이 자율협약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면서 채권은행들까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와 더불어 금융위원회는 '더블트랙' 방식으로 우리은행 매각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주간이슈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 반쪽짜리 제재심…'핵심' KB가 빠졌다 = 정보유출과 부당대출,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지주사와 은행 간의 반목 등 최근의 금융사고에 대한 제재를 논하는 자리가 지난 26일 열렸다.

금융사 임직원 200여명에 대한 징계가 정해질 것이라는 당초의 전망과는 달리, 이날 금감원 제재심에서는 15개 안건 중 단 6건 만이 심의·의결됐다.

이날 제재의 칼날을 맞은 금융사 중 대표적인 곳은 효성캐피탈.

효성캐피탈은 조현준 ㈜효성 사장 등 임원들에게 4300억원을 부당하게 대출했다는 이유로 기관경고를 받았다. 효성캐피탈의 전·현직 대표이사 2명에게는 문책경고가,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 조현문 전 부사장에겐 주의적 경고가 내려졌다.

반면, ING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과 정보유출 카드3사, KB금융 등과 관련된 안건은 다음 달로 연기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살사망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KB금융의 경우 검사국의 보고와 진술자의 진술을 청취했으며, 추후 제재심에 다시 상정해 질의응답 등 충분한 심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금감원의 다음 제재심은 애초보다 일주일 앞당겨진 내달 3일 개최될 예정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금융권의 시각은 탐탁지 않아 보인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징계 결정이 미뤄진 것은 시간 끌기로, 당초 계획된 중징계가 유야무야 될 수 있는 징후"라며 "제재 심의를 열었을 때 어떠한 결론이든 간에 결론을 내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감독 당국의 당연한 자세"라고 비판했다.

□ 자율협약 들어가는 동부제철…은행권 '발 동동' =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으면서 그 불똥이 은행권으로 튀는 모양새다.

앞서 동부그룹은 동부 패키지(동부인천스틸, 동부발전당진) 매각을 통해 현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인수자로 점쳐졌던 포스코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이에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에게 자율협약을 제시한 상태다.

지금까지 투입된 은행권 여신은 동부제철에 2조6000억원, 동부그룹 전체로는 7조2000억원에 이르고 있어 채권은행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이중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2조원 안팎의 여신을 제공했고, 한국수출입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등도 채권단에 속해있다.

자율협약이 개시돼 여신이 '요주의 등급'으로 분류되면 은행들은 최소 7% 이상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이는 동부제철 한 군데만으로 1820억원의 충당금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만약 동부그룹 다른 계열사들까지 자율협약에 들어간다면 최대 5040억원의 충당금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동부제철은 자율협약으로 가는데 큰 무리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충당금은 은행별로 적절하게 적립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 "우리은행 매각 더블트랙으로 진행" = 우리금융 민영화의 마지막 단추인 우리은행 매각방안이 발표됐다.

지난 23일 금융위원회는 우리은행 지분의 30%를 경영권과 함께 일괄매각하고, 나머지 26.97%는 시장에 분할 매각하는 '더블 트랙' 방법으로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우리은행에 대한 법적인 유효 경쟁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2곳 이상의 인수주체가 나타나야 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인수의지가 보이는 곳이 교보생명 뿐이라는 점에 있다.

지분 30%에 대한 가격은 2조4000억원이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약 2조8000억원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박상용 금융위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유효 경쟁의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매각공고 전까지 약 2개월간 기업설명회 등 시장수요 조사활동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오는 9월 매각공고를 실시하고 11월말에 입찰을 마감해 올해 안으로 최종입찰대상자 및 낙찰자 선정을 완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