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충청도 사람들은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말에 동의표를 던지는 이들이 많다. 매번 선거 때문다 충청도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떠맡는 이유도 지역민들의 이 같은 정서 때문인 측면이 크다.
하지만 모든 충청도 사람들이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개인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38년 국세공무원 외길을 걸어온, 이제는 길의 끝에 서서 작별인사를 앞둔 김요성 전 국세청 세원정보과장(사진)같은 사람도 그렇다.
그는 뒷끝없고 시원시원하다.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는 통 큰 인물이며 대쪽같은 성품으로 모진 풍파를 견뎌온 인물이다.
2000년대 초반 국세청을 뒤흔들었던 썬앤문 사건에 연루됐음에도 불구, 결백을 인정 받고 아무 탈 없이 살아남았다. 2~3년 전 뜬금없는 금품비리에 연루됐을 때도 그는 당당하게 '나는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고 강변, 스스로 결백을 입증하고 명예를 회복했다.
원칙을 지키는 와중에도 유연성을 잃지 않고,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위험한 자리에 있으면서도 비리와는 담을 쌓고 살아온 사람.
'김.요.성' 그는 그런 사람이다.
지난 1월, 명예퇴직을 6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부이사관으로 승진한 것도 본의가 개입되지 않은 풍파로 인해 고초를 겪은 공직인생에 대한 조직차원의 보상이었다.
그만큼 그는 열심히 일했고, 선후배 동료직원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곡절이 없었다면 그는 지방국세청장을 하고도 남았을 능력을 지닌 인물이라는 아쉬움 섞인 평가도 받았다.
전보인사 발표와 함께 명예퇴직 대상자들이 일제히 명예퇴임식을 갖고 국세청을 떠난 후에도 그는 마지막까지 남았다. 공직에 대한 미련 때문이 아니라 '공직생활 마지막날까지 본분을 잃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말 국세청 세원정보과장에 임명될 당시에도 신선한 충격파를 던져주기도 했다.
명예퇴직을 앞두고 서울 소재 세무서장으로 나가 공직생활 마무리와 제2의 인생 개척을 준비하라는 인사권자의 권유를 정중히 거절했다. 마지막 날까지 조직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자리에 있겠다는 소신을 이야기했고, 인사권자는 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30일 오후, 그는 마지막을 함께해 준 본청 조사국 직원들 앞에선다.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다. 그가 준비한 퇴임사에는 뜻밖에(?) '용서'를 구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우연과 같은 필연으로 국세청이라는 조직에 들어와 긴 시간 많은 분들과 함께 했다. 그동안 저의 어리석고 적절치 못한 언행으로 알게 모르게 실망과 상처를 받으신 분들도 계실 것이다. 참회와 함께 그 분들에게 용서를 빈다."
인간 김요성을 만든 몇 마디의 말도 후배들에게 따끔한 선물로 남겼다.
"모든 일에 있어 정직하라.", "유혹이 찾아왔을 때 원칙을 지킬 수 있는지의 여부가 성공과 실패를 가르니 초심으로 돌아가 원칙에 따르라.", "즐거움과 괴로움은 모두 자신이 행한 언행의 결과이니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 환경과 사람 탓을 하지 말고 오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집중하라."
그리고, "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라."
지난 26일 손사래 치는 그를 붙잡고 심중에 있는 말 한마디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지금까지 공직생활을 잘 해올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었다. 능력없는 남편을 믿고 따라주며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아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국세청에서 배우고 익혀 나름대로 얻은 재능을 기부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귀띔해달라"고 한 마디 덧붙였다.
195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으며 대전상고를 졸업한 뒤 9급 공채 시험에 합격해 국세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무수히 많은 임지를 거치며 안해 본 일이 없다. 특히 세무조사 분야 근무경험이 두터운, 자타공인 국세청 최고의 조사전문가 중 한명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김요성 국세청 세원정보과장은…
▲1956년 ▲충남 논산 ▲대전상고-방통대 ▲일반공채(9급)
▲동대전세무서 조사과, 특별조사관실,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개포세무서 법인세과, 국세청 감사관실, 서울국세청 법인세과, 서울국세청 조사4국,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 국세청 감찰담당관실, 공주세무서장, 서울국세청 조사3국2과장, 서울국세청 조사3국1과장, 서울국세청 조사4국2과장, 대전국세청 조사1국장, 서산세무서장, 국세청 세원정보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