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제조사 보조금 분리 공시해야..요금할인 때 혼란 우려
의결보다는 '고시'로 안정성 꾀해야..요금제 사실상 2배로 증가
10월 1일부터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시행돼 단말기 보조금에 대한 공시제도가 운영되지만, ‘보조금 투명공개법’이 될 것이란 애초 기대와 달리 소비자 혼란이 커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현재 27만 원으로 규정된 보조금 상한선의 조정 여부를 포함한 보조금 제도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고시 방법은 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떻게 고시하느냐에 따라 지금보다 더 헷갈릴 수 있어, 알기 쉽고 오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통사-제조사 보조금 분리 공시해야
법이 시행되면 보조금을 받는 대신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를테면 ‘LTE 52’ 요금제를 쓰는 사람이 다른 통신사로 옮기면서 쓰던 단말기 그대로 사용하고 싶다면 단말기 보조금을 받는 대신 이에 해당하는 요금할인을 받는다.
그런데 이 때 요금할인 수준은 해당 단말기 보조금 중 이동통신회사가 지급한 것에 한정된다.
이를테면 ‘갤럭시S5 광대역 LTE-A’라는 단말기에 보조금이 총 30만 원 투입됐고, 이중 제조사(삼성전자)가 10만 원, 통신사(SK텔레콤)가 20만 원을 얹었다면, USIM(가입자 식별모듈)으로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 할 경우 SK텔레콤으로부터 30만 원이 아닌 20만 원에 상당하는 요금할인을받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주는 보조금(10만 원)은 요금할인 대상이 아니다.
이 때 SK텔레콤 20만 원, 삼성전자 10만 원으로 ‘분리 공시’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헷갈린다. 보조금은 ‘30만 원’이라는데 왜 내 요금할인액은 ‘20만 원’인가? 하고 오해할 수 있다.
방통위는 분리 공시에 부정적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법에 제조사 지원금(보조금)을 분리공시하지 못하게 돼 있다”면서 “고시 주체인 이통사들이 자율적으로 자기 것과 (제조사 것을) 구분해 공시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에는 분리공시를 못 한다는 조항도, 분리공시를 해야 한다는 조항도 없다. 방통위에 △지원금 상한액 관련 기준 및 한도△(지원금 지급 내용 등의) 공시 관련 방법 및 내용을 고시할 권한(법4조)이 있을 뿐이다. 어떤 방식으로 할 지는 철저히 방통위 판단이다. 방통위가 소극적인 것은 제조사 반발을 고려한 때문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제조사가 공시하는 것은 제조사가 반발했던 기업 간 거래인 장려금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고시되는 지원금인 만큼, 이를 영업비밀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신종원 YMCA 본부장은 “제조사 출고가를 인하하려면, 제조사 장려금과 통신사 보조금이 얼마씩 지급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분리 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이통사-제조사 보조금을 분리해 공시하는 걸 시장 자율에 맡긴다면 거대 제조사의 반발 및 압력으로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요금제 사실상 2배로 증가…고시로 안정성 꾀해야
장대호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시장이 급변하니 보조금 상한액 산정에 탄력을 주기 위해 2~3개월 걸리는 고시보다는 방통위 의결로 매번정하는 게 어떠한가”라고 제안했다.
보조금 상한선을 27만 원으로 동결하든, 30~35만 원으로 하든, 40만 원이상으로 하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우니 자주 상한선을 바꾸자는 의미다.
하지만 10월 1일부터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받는 일이 가능해지면 잦은 상한 금액 변경은 되려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52요금제’만 봐도 △원래 52요금제와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이 적용된 52요금제로 늘어나는 등 이통3사의 요금제가 2배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통신사 전산시스템이 늘어나는 요금제를 문제 없이 수용할지도 걱정이나, 소비자가 2~3개월도 안 돼 쏟아지는 요금제에 적응하는 일도 쉽지 않다.
일단 고시로 상한을 정하고 운영해 본 뒤 이후 시장 상황을 평가해 재논의하는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 방통위 의결 보다는 법적 안정성이 있는 고시로 정하는 게 낫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