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결혼과 출산, 육아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기 어려워 직장을 관두는 여성을 가리켜 '경력단절녀'라는 신조어까지 생긴 요즘, 이 문제는 사회적 화두로까지 떠올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력단절' 여성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 출산·육아휴직 확대 등의 대책들도 내놨지만 현실은 여전히 '가시밭길'입니다.
직장여성이 아이를 키우려면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는 것은 이미 사회적 트렌드(?)가 됐고 출산과 육아휴직을 쓰는 것 자체가 아직도 눈치가 보이는 직장도 수두룩합니다.
공직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을 사용하는 것이 민간기업보다는 그나마 눈치가 덜 보이지만 과중한 업무로 인한 육아부담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인천공항세관에서 30년을 엑스레이 영상을 보며 여행자 휴대품을 검사한 한 여직원은 "모든 직장여성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모님의 도움이 없으면 아이를 키울 수가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30여년 전에는 출산휴가도 한 달 정도 밖에 되지 않았을 뿐더러 상사가 일이 바쁘다고 출근하라고 하면 몸을 완전히 풀기 전에 출근해야 했던 것이 공직사회의 모습이었습니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신입직원이 입사하자마자 육아를 위해 배려를 해달라고 하면 직장을 관두거나 상사에게 찍히거나 둘 중 하나를 각오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올해 9급 공채로 입사한 김 모 관세행정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40개월 된 어린 딸 때문에 집 근처로 발령받길 원했던 김 행정관은 안타깝게도 먼 곳으로 발령받고 말았습니다.
신입직원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지원해야 한다는 상부의 지시 때문에 그렇다는 얘기를 들은 김 행정관은 수습 시절, 관세청국경관리연수원에서 받았던 백운찬 관세청장의 명함을 보고 무작정 메일을 썼습니다.
김 행정관은 "미혼이라면 관사라도 지원하겠지만 어린 딸아이 때문에 그마저도 힘들다.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도 없다"며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희망을 갖고 싶어 이렇게 메일을 쓰게 됐다"고 적었습니다.
당시 세계관세기구(WCO) 회의 참석차 벨기에로 출장을 갔던 백 청장은 즉시 인사과 직원에게 해당 사실을 알아보라고 지시한 후, '원하는대로 조치될 것 같습니다. 부임지에서 열심히 잘하세요. 여기는 벨기에 WCO 총회장입니다'라는 답글을 보냈습니다.
메일을 받은지 하루만에 일사천리로 일을 처리한 것입니다.
이를 받은 김 행정관은 "메일을 읽어주기만 해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답장까지 보내주시고 발령지까지 신경 써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하다. 무한한 감동"이라며 "덕분에 아이와 떨어지지 않고 근무할 수 있게 됐다"며 굉장히 기뻐했습니다.
모든 '직장맘'들이 김 행정관의 사례처럼 배려를 받고 일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이런 일은 흔치 않습니다. 기관장이 말단 직원들을 일일이 신경써가며 배려해주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백 청장의 이런 배려가 '직장맘'이 먼저 손을 내밀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들을 배려해주는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이런 작은 배려가 관세청을 비롯한 공직사회를 넘어 민간기업까지 확산되는데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