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보안 전담기구 설립방안 국회세미나
하드웨어 고치는 금융당국…"문제는 소프트웨어"
정보유출 사태 이후 금융보안 전담기구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관피아를 위한 '자리 만들기'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1일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금융보안 전담기구 설립방안,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국회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금융위원회는 현재 세 개의 기관에서 수행중인 금융 보안 업무를 금융전산보안 전담기구로 통합시켜 컨트롤 타워로 만든다는 업무보고를 했다"며 "하지만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청와대 업무보고 내용과 달리 금융당국은 금융보안 전담기구, 신용정보 집중관리기관,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 등 새로운 기관 만들기에 한창이라는 것.
따라서 이 같은 기관 설립은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본래 취지보다는 관피아를 위한 낙하산 자리 만들기일 수 있다는 것이 이종걸 의원의 시각이다.
김문호 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21세기는 소프트웨어 중시 사회인데, 금융정책은 문제만 발생하면 하드웨어를 바꾸려고 한다"며 "특히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경향이 문제다. 금융보안 전담기구는 금융의 공공성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전담기구 설립보다는, 업계 종사자들과의 지속적인 논의와 교류를 통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발제를 맡은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전담기구 설치를 사태수습의 최선책으로 보는 금융당국에 대한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승주 교수는 "일만 터졌다하면 별도 기구를 설립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비용대비 효용성, 업무 중복성, 이해관계자들의 입장 등을 신중히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윗돌 빼 아랫돌 괴자는 식의 조직개편은 곤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그는 금융보안 전담기구 설립은 △컨트롤타워와 ISAC과의 관계정립 미흡 △정책의 비(非)일관성 △조직이 합쳐지며 발생할 정책 공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서 ISAC(Information Sharing & Analysis Center)이란 유사 업무 분야별로 해킹이나 컴퓨터 바이러스 등 사이버테러와 정보 침해에 대해 효과적으로 공동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 체계를 의미한다.
김 교수는 "전담기구가 신설되더라도 조직비전 공유와 조직 구성원으로서 유대감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금융전산보안 전담기구로서의 역할 수행은 어려워진다"고 조언했다.
토론자로 나선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는 "현재 금융위에서 추진하고 있는 금융보안 전담기구 설립 방안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위 소관부처라는 이유만으로 금융보안연구원과 금융결제원, 코스콤을 이해 당사자들 간의 사전 협의 없이 통합하는 것은 각 업체들의 사업목적에 반하는 행위라는 지적.
아울러 이들이 통합돼서 만들어질 금융보안 전담기구는 법적인 근거 없이 설립되는 것이기 때문에 관리감독 상의 한계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조연행 대표는 "금융보안 전담기구 설립에 대한 당사자 간의 합의 또는 법적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또한 민간기구가 아니라 공적인 기구나 부서에 설치돼야 하며, 침해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전문가들로 구성하는 매트릭스 조직으로 운영해 효율성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요섭 금융위 전자금융과장은 "2009년 이후로 대형 전산사고가 이어져 왔다. 전담기구 논의가 그때부터 있어온 것이며, 완전히 없던 논의가 새로이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특히 지난해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에서 터진 '3.20 전산사태' 직후 각계 전문과들과 함께 전담기구 설립을 추진해 온 것이기 때문에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요섭 과장은 "작년 말 감사원에서 금융권 IT감사를 실시했는데, 현 상태로는 일부 중복이 있고 비효율적이라 기능의 조정을 하는 방안을 구상하라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전담기구 설립은 정부에서 기구를 신설하기 위함이 아니다. 기존 기관들이 가진 기능을 한 군데로 모으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