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질서 확립 및 금융윤리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제재를 엄정하게 할 것" (6월 17일. 수출중소기업 간담회)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진술 등 소정의 절차를 따라 진행하는 것이지 제재 자체가 미뤄지는 것은 아니다" (7월 3일. 외국계 금융사 CEO 조찬 간담회)
주요 금융사들에 대한 징계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최근 발언들이 새삼 회자되고 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겠다는 기존 입장과 실제 행동이 사뭇 다른 모습이기 때문.
금감원은 지난달 26일에 이어 이달 3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금융 및 ING생명 등에 대한 징계수위를 논의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6월내로 기존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기존 계획은 물 건너간 셈이다.
더구나 감사원 측이 국민카드 분사당시 국민은행 개인정보를 당국 허가 없이 옮기는 것은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와 관련해 최 원장은 "감사원의 제동이라기보다는, 현재 감사가 진행중인 사항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라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문제는 개각과 함께 최 원장의 유임여부가 불투명해 지면서 '윗선'의 눈치 살피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 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조차 "아직까지 유임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관급 인선이 발표되면 그제서야 드라이브를 걸지 않겠느냐"며 냉소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최 원장이 평소 강조해 온 '법과 원칙' 안에 있다.
금감원의 설치 목적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慣行) 확립과 금융소비자 보호다. 시장 참여자가 이에 위반하는 행위를 했다면 금감원은 자신의 임무를 다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일련의 사태로 '금융은 신뢰'라는 공식이 깨져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본연의 역할 수행에 매진하는 것만이 주변의 의심을 떨쳐내고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는 점을 깨닫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