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 최고의 조세회계 전문가 집단으로 불리는 공인회계사회와 한국세무사회. 언뜻보면 비슷해보이는 두 집단이지만 사무국 직원들에 대한 인사 시스템에 투영된 의식구조를 살펴보면 확연히 다른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조세·회계분야에서 자타공인 최고 전문가라 불리는 회계사와 세무사.
그리고 이들이 필드에서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물심양면(物心兩面)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한국세무사회.
두 단체는 여느 단체와 마찬가지로 회장을 중심으로 부회장, 이사 등이 임원으로 존재하며 5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각자의 팀에서 묵묵히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조직체계, 업무형식 등 언뜻 보면 형제와 같이 닮아있는 회계사회와 세무사회.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임직원의 의식구조부터 다른 두 단체의 성격을 명확히 알 수 있다.
□ 회계사회, "임원? 직원? 우리는 동반자" = 지난 1일 단행된 회계사회 승진인사는 회계업계 뿐 아니라 타 전문가 단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비(非)회계사 출신으로 상무이사 자리까지 오른 김형회 상무가 전무이사로 다시 한번 도약했기 때문이다.
회계사회 관계자는 최근 재선에 성공한 강성원 회계사회장을 보좌해 지난 2년간 회계사를 위한 법안 통과 등 각종 성과를 이뤄 낸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행정 처분이나 진행 등에서 항상 김 전무이사가 앞장서 왔으며 홍보팀, 정책기획팀, 법제팀 등 전반적인 회계사회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어 승진이 가능했다"며 "회계사회 사무국엔 약 50명 정도의 직원이 있는데, 이 중 상무이사가 나오고 전무이사가 나온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사실 회계사회가 비회계사 출신인 사무국 직원을 임원으로 등용한 것은 지난 2007년부터다.
회계사회는 당시 유태오 기획총괄담당국장과 김형회 회원총괄국장을 상무이사로 임명해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회계사회 관계자는 "사무국 직원이 임원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조직에서 오래 있었다는 말이고, 실질적으로 일을 많이 했다는 것 아니겠느냐. 회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인사를 등용, 원활한 회무가 가능하도록 배려한 것"이라며 "연봉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 세무사회, "파트너 개념? 글쎄…" = 세무사회에서 근무하고 있는 비(非)세무사 출신 사무국 직원들에게 임원자리는 쳐다보기도 힘들만큼 높은 곳에 자리한 열매다.
자리도 만들어져 있지 않을 뿐더러 아무리 업무수행능력이 뛰어나도, 아무리 조직에 오랜 시간 몸담아도, 세무사 출신이 아닌 직원은 세무사회 규정상 임원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세무사회에서 직원 신분으로 가장 높이 오를 수 있는 자리는 사무처장으로, 지난 1989년부터 약 25년 동안 세무사회에서 일하고 있는 김현준 현 사무처장이 지난해부터 사무처장 자리에 앉아 임원과 직원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세무사회에서 임원과 직원의 신분상 구분은 너무나도 극명하다.
특히 멀지 않은 과거 세무사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A씨의 증언은 세무사회 내에서 직원들의 현실을 잘 나타내고 있다.
A씨는 "기본적으로 세무사회에서 임원과 직원은 파트너 개념이 아니다. 말 그대로 사무국 직원은 직원일 뿐"이라며 "세무사들과 직원들과의 신분차이가 확연하다. 회계사회와 달리 사무국 직원이 임원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무국 직원들 사이에 이에 대한 불만이 깔려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직원 출신으로 가장 높게 오를 수 있는 사무처장 자리 역시 직원들의 의사를 적극 대변해야하는 자리인데 세무사회의 분위기상 그런 부분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무사회 관계자는 "세무사회 직원들은 어찌 보면 세무사사무소 직원들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다"라며 "조직의 기본은 신뢰다. 세무사회에서 신뢰를 보여주지 않고 있어 직원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임원 후보들이 사무국 직원들을 문제시 삼기도 하는데 현실을 생각하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심지어 '사무국 직원들이 철밥통이다'라는 말까지 하는데, 일할 맛이 안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 세무사회와 회계사회, "인식구조 자체가 다르다" = 세무·회계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이 두 단체가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이유로 인식구조 차이를 첫번째로 꼽았다. 세무사회와 회계사회 바탕에 깔린 정서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 단체가 치르는 선거만 봐도 차이점이 확연히 드러난다"고 운을 뗀 뒤 "회계사회는 다툼 없이, 다소 심심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선거를 치르지만 세무사회는 선거기간동안 '난타전'을 벌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무사회에서 임원 자리는 자신의 동료들까지 무너뜨려가며 힘들게 거머쥔 자리인데 이것을 직원들에게 내준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다소 배타적인 현 세무사회의 성격이 고스란히 담겨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평소 몇몇 몰상식한 세무사회 임원들은 마치 자신의 수족이나 된 듯 직원들을 대한다"며 "직원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서슴없이 하는 이 같은 현실에서 직원들을 제대로 대우하기는 만무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직원들에게 임원자리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반드시 조직의 발전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일부 존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승진이 직원들의 사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긴 하지만 세무사회와 회계사회 중 어떤 방법이 조직의 성장을 위하는 길인지 알 수 없는 것"이라며 "자격사 단체의 주인공은 어차피 자격사이기 때문에 그들 위주로 돌아가는 게 맞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