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원 세금 향방 놓고 '협상', 결과 주목
세금감면폭 조정여력 적어 협상 난항 겪을 듯
◆…디아지오코리아가 저가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관세청이 5000억원의 세금을 부과하면서 지난 2010년부터 양측의 법적공방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수차례 협상에도 양측의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재판부는 조정권고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과 디아지오코리아의 수천억원대 관세전쟁이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재판부가 판결을 내리는 대신 '조정권고'를 고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권고란 재판부가 판결을 내리는 대신 분쟁 당사자들끼리 협의점을 찾도록 권고해, 사건을 원만히 해결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쉽게 말해 '협상'을 통해 사건을 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10일 법조계와 관세청에 따르면 관세청과 디아지오코리아의 5000억원대 관세소송을 맡고 있는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양측에 조정기일을 잡고 수차례 협의를 요구했지만 양측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올해 초인 지난 1월28일 조정기일 때 협의에 나섰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으며 2월7일 선고기일이 잡혀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날 오후 갑자기 재차 조정기일이 잡혔다.
이후 3월14일, 4월14일, 4월29일, 5월27일 등 수차례 조정기일이 잡혀 협의를 진행했지만 관세청이 제시한 세액감면 규모에 대해 디아지오코리아가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협상은 모두 결렬됐다.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소송전에서 재판부가 선고를 미룬 채 계속해서 조정기일을 잡아 양측이 협의하길 요구한 이유는 추징세액 규모가 크기 때문인 측면도 있지만, 외교적 마찰이 빚어질 소지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청은 디아지오코리아가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양주를 수입하며 저가신고를 했다고 판단, 3차에 걸쳐 5000억원 상당의 관세 등을 부과했고 디아지오코리아는 이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규모가 큰 만큼 양측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세청은 디아지오코리아에게 패소하면 비슷한 사례를 가진 수입업체들의 저가신고 행태를 제재하기가 어려워질 뿐더러 관세행정 신뢰도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관세청은 서울세관에서 맡았던 이 사건을 본청 단위로 넘기고 쟁송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대부분을 디아지오코리아와의 소송전에 투입하는 등 소송전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디아지오코리아 역시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양주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2012년 6월~2013년 6월 매출액은 3599억원, 영업이익은 837억원에 불과해 5000억원의 세금을 납부하고 나면 국내 사업을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국내 위스키 시장 1위 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가 사업을 철수할 경우, 본사가 있는 영국과의 외교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면서 재판부가 판결을 내리는데 상당히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측이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는 등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협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자 재판부는 결국 조정권고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후문이다.
조정권고 내용은 관세청이 추징세액을 어느 정도 감면해주고 디아지오코리아에게 이를 수용하라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관세청이 타 업체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추징세액을 감면해 줄 수 있는 운용의 폭이 생각보다 적어 재판부가 조정권고를 하더라도 양측이 불만없이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것이 업계와 관가의 전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