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또 투샷인사?…정부 입김에 인사지연

자회사 인선에 정부부처 입김…꼬여 버린 정기인사

권선주 기업은행장 취임 후 두번째 치뤄지는 정기인사도 사실상 '투샷인사'가 될 공산이 커졌다. 

11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당초 오늘 진행 예정이었던 정기인사는 오는 15일로 연기돼 실시된다.

정기인사가 늦춰진 이유는 IBK자산운용, IBK연금보험 2개 자회사의 대표이사 임명이 청와대 인사검증 등을 이유로 기약 없이 미뤄졌기 때문.

일단 기업은행은 자회사 대표 인사와 상관없이 15일에 정기인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인데 지난 1월 전무(수석부행장) 인사가 늦춰지며 임원급 인사와 직원인사를 구분해 진행했던 것과 닮은 꼴이다.

사실 본점 인사와 자회사 인사를 구분해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부 부행장의 이동이 예상되는 만큼 속시원한 원샷인사는 일단 물 건너 간 셈이다.

인사시즌에 직원들의 불필요한 동요와 업무공백 등을 차단하기 위해 하루만에 전 직원에 대한 인사를 진행하는 '원샷인사'는 기업은행의 전매특허였다. 하지만 이 같은 전통은 지난 1월에 이어 두번째 상채기를 내게 됐다.

자회사 대표 인선이 늦춰지고 있는 것은 표면적으로 청와대 검증이 이유이지만 그 내면에는 관풍(官風)이 숨어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귀뜸이다.

현재 기업은행의 자회사인 IBK자산운용은 주영래 전 대표가 지난 5월 중도 퇴임하면서 공석상태이며, 유상정 IBK연금보험 대표는 7월 임기만료를 맞는다.

IBK투자증권은 조강래 대표의 후임으로는 신성호 전 우리선물 대표이사가 지난 10일 이사회에서 선임됐다.

신성호 신임 대표는 충남고와 고려대 통계학과를 나왔으며,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 우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등을 거쳤다.

은행장에 비해서도 연봉이 높아 지난 국정감사에서 구설에 오른 바 있는 IBK투자증권 대표이사 자리는 관례적으로 기업은행 내부인사의 몫이 아니었다.

전임 조강래 대표 역시 하나증권 출신으로 유화증권·유리자산운용·산은자산운용·비엔지 증권 등을 거친 외부 출신이었다.

IBK자산운용과 IBK연금보험은 주로 내부 출신이 중용되었는데 권 은행장은 부행장 2명을 대표이사로 추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정부부처에서 자산운용 대표이사로 관료출신의 인사를 강력하게 밀며 꼬이기 시작했다. 공공기관 재지정 이후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기업은행의 난맥이 자회사 대표선임에서 드러난 것이다.

이 때문에 자회사 대표이사에 대한 최종 인사 검증은 청와대의 몫이 됐다. 기업은행에서 추천한 내부인사와 함께 추천된 전직 관료 출신의 인사가 검증 도마에 함께 오른 것이다.

부행장 등 임원인사는 자회사 인사가 결론을 내야 모자이크를 맞춰 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안동규 부행장(글로벌자금시장본부), 조희철 부행장(IB본부)이 자회사에 추천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안홍렬 부행장(카드신탁연금본부)은 KT ENS 협력사 사기대출 문제에 대한 해결 때문에 당분간 자리를 지킬 확률이 높다는 전언이다.

상대적으로 올해 초 임명된 김도진 부행장(경영전략본부), 김성미 부행장(개인고객본부), 시석중 부행장(마케팅본부)이나 지난해 7월 임명된 이상진 부행장(여신운영본부)과 임상현 부행장(경영지원본부) 등은 인사이동 요인이 적다는 평이다.

이동주 전 부행장이 자리한 IBK경제연구소도 부행장의 연쇄 자리이동에 활용될 수도 있다. 기업은행 퇴임 후 자회사 연구소장으로 왔던 이동주 소장은 지난 10일 퇴임했다.

여기에 기업은행의 정기인사에는 풀어야 복잡한 4차 방정식이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계약직 전원을 준정규직로 전환한 바 있는데 최근 출산휴가 등이 늘며 950명 정도의 인원 공백이 생기고 만 것이다.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된 기업은행은 신규직원 채용에 있어 정부로부터 제한을 받는다.

이 때문에 대규모 인원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는 본부조직 인원을 상당수 줄여 일선에 배치할 수밖에 없어 인사부서에서 상당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