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정규직·영세자영업자 지원책 마련키로

좀처럼 제대로 살아날 기미가 없는 경제 상황 속에서도 특히 '막다른 길'에 몰려있는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자의 살림살이 문제 해결이 내수 활성화의 물꼬를 틀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은 정규직과의 임금·노동조건 차별 철폐가, 영세 자영업자는 과당 경쟁·부채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 절반 수준·시간외수당 등 조건도 열악

한국노동사회연구원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한국 임금근로자 1천839만6천명 중 비정규직은 44.7%에 이르는 823만명이다.

823만명의 비정규직 중 96.6%(795만명)는 임시근로자이거나 임시근로를 겸하고 있어 고용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비슷한 일을 하더라도 월급은 정규직보다 훨씬 덜 받는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정규직의 최근 3개월간 월 평균임금 총액은 289만원인데, 비정규직은 143만원으로 정규직의 49.4%에 불과하다.

지난해 3월에는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 임금의 49.7% 정도였는데 1년새 0.3%포인트 격차가 더 벌어졌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비정규직도 수두룩하다. 시간당 임금이 법정 최저임금(5천210원)보다 적은 노동자 232만명 중 91.8%인 213만명이 비정규직이다. 정규직은 8.2%(19만명) 정도였다.

정규직보다 적은 돈을 받고 일하면서도 여건은 훨씬 열악하다.

비정규직 노동자 15.7%는 1주일에 52시간 넘게 일한다. 탈법적인 장시간 노동이다. 정규직 중 노동시간이 주당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는 7.7%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의 경우 정규직 가입률은 84∼99%인데 비정규직은 33∼39%에 그치고 있다.

정규직의 99.2%가 적용받고 있는 퇴직금을 비정규직은 3명 중 1명 꼴(31.4%)로 겨우 적용받는다. 시간외수당과 유급휴가도 정규직 71∼89%에는 '당연한 노동조건'이지만 비정규직은 18∼24%만이 적용받고 있다.

정규직과 업무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더라도 임금은 절반도 못 받고, 사회보험과 각종 노동조건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며, 언제 해고될지 몰라 불안에 떨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월급쟁이 10명 중 3∼4명에 이르는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중 '어쩔 수 없어' 비자발적으로 취업한 경우는 절반이 넘는 55.3%나 되는데, 이들은 '생활비 등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40.5%),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서'(7.7%) 비정규직이 되었다고 답하고 있다.

◇ 과당 경쟁·매출 감소·과다 부채에 허덕이는 영세 자영업자

800만명이 넘는 비정규직이 불안정한 신분과 열악한 임금·노동조건, 정규직과의 차별에 신음하고 있다면, 400만명이 넘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과당 경쟁과 저조한 매출, 부채의 수렁 속에 갇혀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자영업자는 569만8천명이며 그중 415만2천명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로 추산된다. 이중 상당수가 직원을 따로 쓰지 않고 혼자 혹은 가족 단위로 사업을 꾸려나가는 영세 자영업자로 추산된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째 줄고 있다. 경기 상황이 나빠지면서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해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겹친 최근에는 영세 자영업자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2011년을 전후로 베이비부머 세대가 자영업에 대거 뛰어들었다가 망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주로 진입 장벽이 낮은 도소매, 음식숙박업으로 시작하는 자영업자가 많지만 대형할인점이나 유통 체인점에 밀리고, 영세 자영업자들끼리의 과열 경쟁에 치이고, 최근 들어서는 경기 침체로 매출까지 급감하면서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사업이 잘 안되다 보니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끌어다 써 빚더미에 올라앉는 사례도 수두룩하다.

지난해 자영업자 가구의 가계부채는 총 부채의 43.6%를 차지한다. 가구당 부채규모도 자영업자 가구는 1억16만원으로 임금근로자가구의 5천169만원의 배에 가깝다.

이자 부담도 만만찮다. 자영업자 금융대출가구의 2013년 연이자 지급액은 526만원인 반면, 임금근로자 금융대출가구는 그 절반이 안 되는 245만원이다.

빚을 갚는 능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자영업자 금융대출가구의 연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013년 226.0%로 임금근로자 가구의 126.2%보다 100%포인트 높다.

갚을 빚은 많은데 장사는 안 되니 다시 돈을 빌리는 '악순환의 덫' 속에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사정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 최경환, 비정규직·영세 자영업자 문제 해결 의지 밝혀

정부는 그동안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줄이고 비정규직의 고용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아직 눈에 띄게 개선된 점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2기 경제팀을 이끌 최경환 후보자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언급하며 해결 의지를 보였다.

특히 최근 들어 고용률과 취업자 수 증가폭 등 고용 지표는 좋아지고 있지만 고용의 질적 측면은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앞으로는 괜찮은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에 정책적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후보자는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사회통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의 처우개선 등을 위한 대책을 강구해나가겠다"며 개선을 예고했다.

그는 영세 자영업자 문제에 대해서도 "내수회복세가 공고하지 못한 상황에서 세월호 사고 이후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최근의 경기상황에 따른 경영 어려움을 완화하면서 과당 경쟁 등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정년연장 확산 등을 통해 장년층의 고용 안정을 도모해 퇴직 후 생계형 목적의 자영업에 대한 과잉진입을 완화하고, 창업자에 대해서는 사전 교육을 강화해 '준비 없는 자영업 진입'을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최 후보자가 한국 경제의 취약계층인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자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밝힘에 따라 실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준비·집행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차별 문제, 영세 자영업자 문제 등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부터 핵심 과제로 지적돼온 만큼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와 4대 보험 등 정규직과 동등한 대우 보장 등이 필요하고,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과당 경쟁 분야로 뛰어드는 것을 막기 위한 창업 교육 등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