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결산 <사진: SBS, MBC 중계화면 캡처>
'브라질 월드컵 결산'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전차군단' 독일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가운데 각종 사건·사고가 터져 많은 논란을 빚은 대회로 기록됐다.
브라질은 경기장을 완공하지 못한 채 대회를 개최했고, 자국팬들이 준결승전에서 독일에 1-7로 대패하자 버스를 불 태우는 등 곳곳에서 소요사태를 일으키며 치안까지 불안하게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경기장 밖보다 안에서 더 많은 사건이 발생해 축구팬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전망이다.
가장 큰 우려를 낳았던 사건은 콜롬비아 수비수 후안 카밀로 수니가(나폴리)가 브라질 공격수 네이마르(바르셀로나)에게 '플라잉 니킥'으로 부상을 입힌 일이었다. 수니가의 플레이로 인해 네이마르는 척추 골절상을 입어 월드컵을 조기 마감해야 했고, 브라질은 독일에 대패하며 '미네이랑의 비극'을 남기게 됐다.
브라질 국민들의 분노는 자연스럽게 수니가에 몰렸다. 브라질의 거대 마피아조직은 수니가에게 살해 위협과 현상금까지 걸며 강한 분노를 표출했고, 콜롬비아의 마피아가 맞불을 놓으면서 '마피아 전쟁'이라는 일촉즉발의 사태까지 번지게 됐다. 이에 콜롬비아 당국은 수니가와 가족들의 신변보호를 시작하면서 그의 소속팀인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에도 지켜줄 것을 요청했다.
경기에 집중해 플레이가 과해지는 것과 달리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행동을 선보인 스타들도 있었다.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는 이번 대회에서도 유명한 '핵이빨'을 사용하며 비난의 중심에 섰다. 그는 이탈리아와의 조별예선에서 상대 수비수 조르지오 키엘리니(유벤투스)의 어깨를 무는 기행을 저질렀고, 오히려 자신이 부상을 당한 것처럼 할리우드 액션을 취했다. 수아레스의 '덴탈사커'는 2010년과 2013년에 이은 세 번째.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위원회는 수아레스의 기행을 용서하지 않았고, A매치 9경기 출전 정지와 4개월간의 모든 축구 활동 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수아레스의 '핵이빨'에 힘입어 이탈리아를 제치고 16강에 올랐던 우루과이는 그를 잃고 더 높은 고지를 향하지 못했다.
카메룬 미드필더 알렉스 송(바르셀로나)은 크로아티아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AT마드리드)의 등을 팔꿈치로 내려찍는 사건을 저질렀다. 알렉스 송은 카메룬과 크로아티아의 A조 조별예선 2차전에 출전해 팀이 0-1로 지고있던 전반 39분 공과 전혀 상관없는 위치에서 달려가던 만주키치를 포착했고 무에타이 선수처럼 팔꿈치를 활용해 바로 퇴장 조치됐다.
이 경기에선 같은 편 선수들이 내분까지 일으키기도 했다. 카메룬의 아수 에코토(QPR)는 경기 막판 팀 동료인 벤자민 무칸조(AS낭시)의 플레이에 화를 내며 머리로 들이받았고, 팀은 0-4 대패의 수렁에 빠졌다. FIFA는 승부조작을 의심해 조사까지 벌였으나 증거가 없어 일단락됐다.
자신의 '욱'하는 성격 때문에 화를 빚은 선수는 또 존재했다. 포르투갈 수비수 페페(레알 마드리드)는 G조 조별예선 독일과의 경기에서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와 신경전을 벌이다 '박치기'를 해 레드카드를 받고 말았다. 포르투갈은 페페의 퇴장 탓에 0-4로 완패했고, 뮐러는 해트트릭을 기록해 명암이 갈렸다.
축구계의 '원조 악동' 조이 바튼(QPR)은 "페페의 행동은 세계 최고로 미친 행동"이라고 비판했으나, 세계 축구팬들에게 "사돈 남말한다"라는 반응만 얻었다.
또 이번 대회에는 선수들이 아닌 관중들이 일으킨 논란도 등장했다. 일본의 관중들은 그리스, 코스타리카와 펼친 C조 조별예선에서 얼굴에 욱일기 문양을 그린 채 응원을 펼쳤고, 중계 카메라에 잡히자 국내 중계진들은 불쾌감을 표출했다.
SBS 배성재 아나운서는 "전범기를 얼굴에 그린 일은 축구장 티켓값이 아까울 정도"라고 화를 냈고, KBS 이영표 해설위원은 "저 얼굴은 뭐냐"며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MBC 안정환 해설위원은 "그림을 종이에 그려야지 왜 얼굴에 그렸냐"며 비꼬았다. 하지만 일본 언론은 "괜한 트집을 부리는 것"이라며 전범기 비판에 못마땅한 감정을 내비쳤다.
한국이 치른 경기에서도 상대 관중들의 응원태도로 인한 파문이 일기도 했다. 러시아 관중들은 한국과의 H조 조별예선 1차전 때 관중석에서 켈트십자가가 그려진 걸개를 걸고 응원을 벌였다. 켈트십자가는 과거 네오 파시즘(독일의 네오 나치즘) 일부그룹에서 상징물로 채택해 백인 우월주의를 의미하는 정치적 성향이 더해진 바 있어 논란을 빚었다.
러시아 언론은 켈트십자가 응원으로 인해 승점 삭감 가능성을 우려했으나 별일 없이 마무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