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서민금융 총괄기구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 일각에서 이에 대한 저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6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성명서를 통해 "모든 서민금융정책을 한 곳에 통합할 수 있다는 생각은 허상이다"며 "서민금융 총괄기구 설립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민금융의 범주에는 생활안정, 창업지원, 주거안정, 채무조정, 복지지원 등 다양한 영역이 존재하고 그 중 금융당국이 담당하는 영역은 제한적인데 이를 통합하겠다는 시도 자체가 실현 불가능한 허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
실제 햇살론, 희망드림론, 근로자주택자금대출, 보금자리론, 학자금대출 등 수많은 정책들이 있고 담당 부처도 다 다른 상황이며, 금융당국에서 총괄할 수 있는 것은 미소금융과 신용회복위원회, 국민행복기금 정도다.
금융노조는 "총괄기구를 만든다 해도 미소금융과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합하는 것은 대출과 채무감면이라는 완전히 반대의 업무를 한 기관으로 통합하겠다는 것"이라며 "돈을 꿔주면서 원금과 이자도 탕감해주겠다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해괴한 정책으로 필연적으로 이해상충과 도덕적 해이 문제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기존에 서민금융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기관들의 물적·인적·정책적 자원들을 세심하게 검토해 다양한 서민금융 정책들이 잘 정돈된 연계시스템을 만들고, 기존 기관들 중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 금융노조의 제언.
이용자들도 쉽게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의미 없는 옥상옥을 만들어 혈세를 낭비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컨트롤타워 역할은 자산관리공사에서 맡는 것이 최적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한마음금융, 희망모아, 신용회복기금, 국민행복기금 등 수많은 정부의 서민금융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기관이 바로 자산관리공사이기 때문.
금융노조는 "금융당국은 실체도 불분명한 서민금융 총괄기구를 만들겠다고 자산관리공사에 현금·현물 출자를 강요하면서 시중은행들에게까지 출자를 요구하고 있다.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고 질타했다.
금융노조는 금융당국이 신설하려는 서민금융 총괄기구 설립을 관피아 자리 늘리기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관피아 자리 늘리기 목적이 아니라면 서민금융 총괄기구 설립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용자들의 편익 증대를 위한 것이라면 껍데기만 합친 의미 없는 총괄기구가 아니라 기존의 서민금융정책들에 대한 접근성 개선을 화두로 장기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