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자산관리 수익 '1조원대' 증가 전망
업계, 자산관리 강화 분주…쏠림 현상 우려
국내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자산관리 서비스가 단기 수익률 마케팅에 의존하는 점을 문제로 지목한다.
미국에서는 장기적인 포트폴리오를 세우고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 데 따른 자문료가 금융투자회사의 수익을 창출한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상품 설계·판매 필요=오는 2026년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초고령사회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일 때 분류된다. 한국은 이미 2000년대 들어 고령화사회(7~14%)로 바뀌었고 오는 2018년에는 고령사회(14~20%)가 된다.
고령화, 저금리 현상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국가일수록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커진다. 국민의 노후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가가 미래에 부담할 재정지출이 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자산관리산업의 성장성은 향후 금융투자업계의 잠재적인 수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민연금는 392조원, 퇴직연금은 69조2000억원, 개인연금은 216조원을 기록 중이다.
국내 증권사의 위탁매매 수수료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 70%에서 최근 60%로 감소했다. 펀드 판매 수수료는 수수료율 하락으로 같은 기간 14%에서 7%로 줄었다.
그러나 자산관리 수수료는 연평균 40%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오는 2020년 시장 규모는 388조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만일 미국과 같이 자문에 대한 보수를 지불한다고 가정할 경우 2020년 자산관리 수익 규모는 약 1조1977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금융연구원 손상호 선임연구위원, 김영도 연구위원은 "공적 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한 금융자산 축적이 가속화되고 투자자가 수익률을 중시하면서 펀드, 투자 일임, 대체 투자 자산 운용 수요가 확대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또 "퇴직연금은 장기적으로 젊은 층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투자 상품 비중이 늘고 개인연금의 경우 정부의 조세 감면 혜택 확대에 따라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손 선임연구위원 등은 "거액 자산가, 고소득층, 중산층 등 고객을 다양하게 분류해 특화하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예컨대 자산관리의 만기를 다르게 설정하거나 법률, 세무, 상속을 포함한 전문 자산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연구원 박용린, 이석훈, 장정모, 최순영 연구위원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고시키려면 PB(프라이빗 뱅킹) 역량 강화, 고객 데이터베이스 분석, 투자자 교육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차지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분석실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첫 할인 증권사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은 저가 전략으로 브로커리지 시장을 선점 후 펀드 슈퍼마켓을 도입했고, 그린힐(Greenhill)은 자문 특화로 성공한 사례이다"고 소개했다.
찰스 슈왑은 독립 투자자문 업자(IFA)를 활용해 포트폴리오 자문 서비스를 확대, 자산관리 수익 비중이 1991년 9.5%에서 2013년 42.6%로 급성장했다.
그린힐은 창립 이래 14%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총수익 2억8700만2000달러 중 자문 수익이 2억8700만 달러를 차지한다. 319명의 직원들이 1인당 90만달러의 수익을 냈다.
□정부·업계, 자산관리시장에서 빠른 움직임=올 초 규제 개혁 장관 회의에서 정부는 영국, 일본의 제도를 벤치마크한 ISA(Individual Savings Account), 우리말로 가칭 '종합 자산관리 계좌'의 도입을 논의했다.
예컨대 한 개인이 1개의 금융 계좌를 만들어 3000만원, 5000만원 한도에서 자유롭게 예금·펀드를 가입하고 세제 혜택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또 독립 투자자문 업자(IFA)를 도입해 생애 포트폴리오 자문 등 전문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자산 형성과 투자자문업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고객의 빅 데이터(Big Data)를 분석해 자산관리 예측 모형을 만들었다. 삼성증권은 수익률이 낮으면 수수료를 덜 받는 성과 보수형 랩(wrap)을 운용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자산관리시장의 쏠림 현상을 우려하기도 한다. 지난 6월 한국금융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서 문석록 한화투자증권 고문은 "자산관리와 투자은행(IB)의 비즈니스 수요가 다르다. 기업공개(IPO), 인수 합병(M&A), 채권 발행은 기업들에 있어 증권사의 중요한 역할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