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발언 이후 간담회…금융권, 비판의 목소리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개혁 대상으로 지목한 후 금융 당국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사고만 안 나면 된다는 의식 때문에 리스크 있는 대출과 투자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다"며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질타했다.
이후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사진)은 이틀 간격으로 연이어 현장을 찾았다.
지난 5일 신 위원장은 기업은행 본점에서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을 만나 "은행이 담보나 보증 대출의 관행에서 벗어나 적극적 대출에 나설 때 부실이 증가할 위험에 대비해 건전성 보완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또 "제도 개선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실제 현장에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변화이다"며 "금융 일선에서 뛰는 여러분의 몫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7일에는 한국정책금융공사에서 전국은행연합회, 기술보증기금, 한국기업데이터, 나이스평가정보 등 관련 기관과 창업 초기 기업의 경영자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최근 금융위는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이 담보나 보증 없이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기술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날 신 위원장은 "기업들은 여전히 우수한 기술만으로 금융 지원을 받기가 힘들다고 느끼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금융기관의 위험 기피 성향과 함께 기술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점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기관은 해당 기술이 사업화에 성공할 지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보수적으로 평가하거나, 아예 평가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술평가 모형의 신뢰성 부족과 금융기관의 전문 인력 부족은 정확한 기술평가를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다"고 덧붙였다.
향후 금융위는 은행별로 기술 금융 실적을 점검하고, 우수한 은행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 최대 3%포인트의 대출금리를 정부 보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러한 당국의 움직임을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개인예금을 수신 받아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며 "벤처 캐피털 등 시장을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통령 발언 이후 당국이 무리하는 경향이 있어보인다"고 비판했다.
민간 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은행은 리스크 관리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새 정부의 창조 경제 정책 이후 정부가 은행에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다음 달 은행의 대출 관행을 개선하고 부실 발생 시 담당 직원의 제재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