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을 다룬 영화 '명량'의 흥행몰이가 심상치 않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결과 지난달 30일 개봉한 '명량'은 12일만에 1077만8980명을 동원해 애니매이션 '겨울왕국' 1029만명의 기록을 제치고 역대 흥행순위 11위에 올랐다.
일부에서는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있는 '아바타'(2009년 개봉, 1330만 관객 동원)를 제치고 15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화제의 중심이 된 '명량'은 사회 핫이슈로 떠오르며 사회각층의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지난 8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회관에서 '2014 하반기 전국 지점장 회의'를 개최한 외환은행 김한조 은행장도 마찬가지.
이날 임원·본부장을 비롯해 중소기업회관에 모인 외환은행 지점장은 500여명.
김한조 은행장은 이들에게 조기통합의 당위성을 이야기 하며 '명량'의 이순신 장군을 언급했다.
이날 김 은행장은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쫓아야 하고 충(忠)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영화 '명량'의 대사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라고 역설했다.
고객의 장기적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고객중심주의가 은행에 뿌리내려 모든 은행조직들이 고객의 이익을 위해 함께 소통하고 고민하는 상생의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
또 이를 위해서는 외환은행이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 김 은행장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가 지난 2년반 동안 열심히 노력했지만 금융환경 변화로 현재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그 타개책으로 조기통합을 제시했다.
그의 지적대로 외환은행은 최근까지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1년도 1조6220억원에 달했던 당기순이익은 2013년도 3600억원으로 급감한 상태.
외환은행이 좀처럼 순이익이 개선되지 않으며 경쟁은행인 신한은행에 대비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약 1.5배 빠른 속도로 이익 기반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 하나금융 측의 분석이다.
금융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위기의 순간 함선 12척으로 330척의 일본 수군을 맞이해야 하는 명량해전의 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이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하나와 외환은행이 통합할 경우 비용절감과 수익증대 등을 통해 연간 약 3121억원(세전기준)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되고, 3년 빨리 조기통합을 이뤄낼 경우 약 1조원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김 은행장이 전국 지점장들에게 조기통합을 강변한 것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조기통합을 서둘러 진행해 시너지를 통해 창출한 이익을 고객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의 발언이었던 셈.
그렇다면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을 겪었던 명량해전의 이순신 장군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당시 조정에서는 조선의 해군력이 와해돼 도저히 일본 함대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 권율 장군이 이끄는 육군에 합류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에 이순신 장군은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무모할 것 같은 전투를 끝내 승리로 이끌었다.
역사에는 종종 반전이 있어 왔고, 그 반전의 주인공을 우리는 '영웅'으로 불러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