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관세청 직원들은 '정부 3.0 우수사례 홍보 경진대회'에서 수입품의 수입원가와 판매가격을 비교해 공개하는 주제로 발표, 국민들이 포함된 평가단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했지만 다음날인 25일 외부인사로 청장이 교체됐다.
"국세청이 잘해서 연속 3번이나 (국세청장)내부승진을 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지난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한 의원이 건넨 말입니다. 임 국세청장(21일 취임)의 청장 후보자 지명을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었겠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이 말을 듣고 울분을 터뜨리며 가슴을 친(?) 이들이 있었습니다.
국세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관세청 직원들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내부승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또 기대했지만 역시나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관세청장으로 내려오는 뿌리깊은 관행은 깨지질 않았습니다.
내 돈까지 써가며 지하경제 양성화를 하고 밤을 새어가며 규제개혁 과제를 발굴한 결과, 전 부처에서 가장 많은 규제를 발굴하고, '정부 3.0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아도 별반 소용이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일부 직원들은 "그동안 우리가 했던 것이 무슨 소용이냐"는 말까지 했습니다.
이런 관세청 직원들에게 '국세청이 잘해서 내부승진을 했다'는 말은 가슴을 참 아프게 콕콕 쑤시는 바늘처럼 느껴졌을 것이 분명합니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성윤갑 전 관세청장이 내부승진한 이래 십여년간 외부인사가 관세청장으로 오는 관행, 특히나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관세청장으로 영전하는 관행을 관세청 직원들이 '잘하지 못해서'라고 돌리기에 관세청 직원들은 너무나 많은 일을 합니다.
공항에서 24시간 내내 열심히 통관 검사를 하고 밤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발로 뛰어다니며 밀수 현장을 잡아내고 FTA, 원산지 검사, 관세탈루 조사, 관세심사 등 세금만 걷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관세청은 우리나라 경제영토의 국방을 담당하고 있는 '경제국방부'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총기, 마약, 유해농축산물, 밀수품 등의 유입을 차단하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중차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직이지요. 우리나라 영토방위를 담당하고 있는 곳이 국방부라면 경제분야에는 관세청이 있습니다.
하지만 수치상으로 한 해 200조원의 세수입 중 관세는 10조원 정도를 차지하고 관세청 직원은 4700명으로 국세청 2만명 조직에 비해 1/4 수준이다보니 관세청이 하는 일이 과소평가되는 것 아니냐는 직원들의 불만도 상당합니다.
특히 관세청의 영향력은 수출입 기업들에게 한정됐지만 국세청의 영향력은 국내 기업과 개인 등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국세청은 힘 있는 조직, 관세청은 힘 없는 조직'이란 인식도 관세청 직원들 사이에 팽배합니다.
조직 전반적으로 '사기 저하'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세청은 신임 청장이 부임한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국세청은 1급 인사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관세청은 내부승진이 좌절되면서 1급을 포함한 고위공무원단 인사가 꼬여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조직의 발전을 위해 외부에서 능력있는 인사가 오는 것을 마냥 나쁘다고 할 수 없듯이 내부승진 또한 반드시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현재의 관세청장 인선 관행이 직원들의 사기저하를 불러일으키는 인사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