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지난 25일자로 발표한 외감법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주식회사의 범위를 자산 100억 이상에서 자산 120억 이상으로 높인다고 한다.
금융위는 지난해 하반기에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한 회계제도 개혁방안을 발표했고, 이번에 입법 예고된 외감법시행령 개정안도 회계제도 개혁 관련 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서 외부감사 대상 주식회사의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것은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한 회계제도 개혁과는 반대로 가는 시대착오적인 정책방안이라고 할 것이다.
금융위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경제성장 등 여건변화와 경기침체에 따른 중소기업의 어려운 경영사정 등을 감안하여 외부감사 대상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지극히 단편적인 시각으로 중요한 정책을 잘못된 방향으로 개악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기업의 외부정보이용자는 물론이고 해당 중소기업들에게 조차도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외부감사의 목적이 다양한 외부정보이용자를 보호하고,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제고하여 공적인 신뢰를 높이는 데 있음을 볼 때, 외부감사 대상기준을 상향 조정하여 많은 중소기업을 외부감사에서 제외하여 주는 것은 한편으로는 해당 기업들의 감사보수의 부담을 낮춰주는 시혜적인 정책인 것으로 보여지지만 실제로는 해당 기업이나 사회에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을 회계감사대상에서 제외하여 주는 것이 마치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 차원에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회계투명성이 OECD국가는 물론 세계 국가들과도 비교해서 현저히 낮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낮은 회계투명성 때문에 발생하는 신뢰의 저하는 결국 제반 경제활동에서 보이지 않는 Korea Discount 요인이 되어 결제활동 참가자 모두가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망한 중소기업이 성장잠재력은 있으나 자금 부족으로 투자를 유치하려고 해도 낮은 재무적인 신뢰도 때문에 자금유치에 실패하는 사례가 주변에서 얼마나 많이 발생하고 있는가? 그런 면에서 볼 때 오히려 정책적으로는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기업이 회계감사를 받는 것으로 하되 이해관계자가 아주 적은 기업의 예외적인 경우에만 대상에서 제외시켜 주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정말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지원하려 한다면 회계감사보수의 일정비율의 금액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회계투명성을 높여 공익성을 증대하면서 개별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방안이라고 하겠다.
비상장 중소기업에 대한 외부감사효과가 기업의 재무적 신뢰도를 높여주어 자본조달비용을 절감해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며, 외부감사를 통해 내부통제에 대한 경영자문이나 세무자문을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클 뿐 아니라 회계감사를 받지 않아 재무신뢰가 낮아질 경우 투자자, 금융회사, 세무서 등 회계정보이용자들이 부담해야 할 사회적 Risk 비용을 감안한다면 감사보수가 기업이 반드시 회피해야 할 정도로 큰 부담이라고 할 수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실제로 외부감사를 회피하던 중소기업이 감사비용 절감 효과의 몇 배 내지 몇 십 배 이상으로 재무, 세무, 경영 상의 손실을 보고 있는 사례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보아 왔다.
따라서, 외부감사대상 자산규모 상향이라는 개정안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혹자는 회계사의 수익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회계업계가 반대한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물론 그런 부분도 일부는 작용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더 큰 차원에서 국가경제의 발전과 우리나라 기업들의 회계투명성 향상을 위한 마음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며, 해당 중소기업들과 이해관계자 모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도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