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무력화법" VS "국회 후진화로 역행"
새누리당이 거듭되는 국정 난맥과 심화되는 경색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일명 폭력국회 방지법인 국회 선진화법(개정 국회법) 무력화에 군불을 떼고 나섰다. 하지만 국회 선진화법을 앞장서 추진하고 야당을 설득한 것이 여당이었다는 점에서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이란 표현 자체도 마뜩지 않다. 제대로 말하면 국회 무력화법"이라며 "전문가들의 법률 검토를 거쳐서 국회선진화법의 헌법적 문제를 다 검토해놓았다"고 말했다.
국회 선진화법은 18대 국회 당시 매년 반복됐던 국회의장 직권상정과 '날치기' 법안처리, 폭력국회라는 오명을 극복하기 위해 여야 만장일치로 18대 국회 말 통과시켰다. 직권상정을 최대한 제한하고 국회의원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쟁점 안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쇄신대책 중 하나로 원내대표였던 황우여 교육부총리와 쇄신파 의원이던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앞장섰던 법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주 의장은 "지금처럼 국회가 야당의 동의 없이는 한 발짝도 못 나아가는 상황이 조금 더 지속된다면 헌법소원 등의 방법을 통해 이 문제를 해소하려는 준비를 대부분 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 정신에 따라 국회에서 문제를 해결할 최종적이고 확정적인 기구는 본회의인데,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가 없으면 한 발짝도 못 나아가는 이 국회법 조항들은 헌법 49조 또는 여러 가지 헌법 원칙에 위반되기 때문에 어떤 수단으로 갈지 정도의 문제만 남고 대부분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동물국회'를 지양하고 합리적 국회를 만든 점은 평가받을 만하지만 언론 지적대로 법안 처리 하나도 못 하는 게 바람직한지 본질적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고 국회 선진화법의 수정을 강조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의 국회선진화법 무력화 움직임에 대해 "국회 후진화로 역행하는 것"이라며 "여당의 무책임과 무능함을 국회선진화법을 희생양 삼아 야당의 책임으로 돌리려고 하는 참으로 뻔하디 뻔한 꼼수"라고 일갈했다.
이어 "주지하다시피 국회선진화법은 새누리당이 지난 2012년 총선 공약으로 삼아 통과시킨 법안"이라며 "국회선진화법의 필요성과 존속을 옹호하는 의원들도 다수 존재한다. 지금은 대통령도 되셨고, 지사도 되었으며, 부총리도 된 분들"이라고 박 대통령과 황 부총리를 겨냥했다.
박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국회 선진화법을 이슈화한 시점은 여당의 무능과 무책임이 극심할 때였다. 새누리당은 자당의 무기력을 야당의 책임으로 전가시키기 위해 법적 이유가 아닌 정치적 이유로 국회 선진화법을 때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녕 새누리당은 국회를 그저 통법부와 거수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독재시대 일사천리로 법안이 통과되던 지난 향수가 그리운 것인가"라며 "차마 망치와 쇠사슬이 드리워졌던 지난 국회를 떠올리고 싶지 않다"고 거듭 지적했다.
헌법소원과 관련해서도 "헌법소원도 운운하시는데 가당찮다. 국회선진화법 통과 당시 대법관 출신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물론 법제처장마저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못 박았다"며 "새누리당이 왜 이렇게 자신만만해하는지 모르겠다. 미리 헌법재판관들과 입장이라도 맞춘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헌법소원 기각이라는 망신을 자처하지 말기 바란다. 자당의 무책임과 무기력을 한탄할 일이지 애꿎은 국회선진화법을 탓할 일이 아니다"고 힐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