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예고 업종평균 부채비율 기준 모호
"매년 4월경 금감원서 산정해 고시할 것"
회계사 한 모 씨(33.서울)는 최근 중소기업을 다니는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자신의 회사가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되느냐에 관한 문의전화였다.
순간 당황했던 그는 '비상장사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문구를 떠올려 답변을 마무리했지만 다시 한 번 이 같은 문의가 들어온다면 쉽게 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입법 예고된 내용에 나와 있는 '업종평균 부채비율'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우려사항이다.
최근 정부가 외감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회계업계에 일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11월 29일부터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한 회사 중 동종업종 평균 부채비율의 150%를 초과하면서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상장회사는 외부감사인 지정대상 기업이 된다.
여기서 '동종업종'이라 함은 통계법에 따라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른 대분류기준에 의한 업종을 말한다. 단, 제조업은 예외적으로 중분류기준에 의해 업종이 구분된다.
최근 회계사들이 가장 혼란을 겪고 있는 부분은 업종평균 부채비율을 어떤 식으로 구할 것이냐에 관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업종평균 부채비율은 자료가 없기 때문에 회계사들이 구할 수 없다. 앞으로 이를 금융감독원에 위탁해 산정할 예정"이라며 "보통 3월말까지 재무제표가 확정되니 매년 4월 정도에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비율을 가지고 지정을 해주는 것"이라고 안내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개선으로 인한 실무적 준비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감사보고서에 부채비율 및 이자보상배율 등을 추가적으로 게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외부감사 지정을 피하고 싶은 기업들이 회계사에게 압력(?)을 행사해 부채비율 산정을 보수적으로 할 것이라는 우려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회사가 선제적으로 분식을 해서 지정을 안 받으려고 할 것이다. 중요성 기준 이내에서 고쳐버리면 위법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감사인은 계약을 유지해야 하는 입장이니 그런 부분을 묵시적으로 동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회계사는 '중요성 판단기준'에 따라 최소 1%에서 최대 10%까지의 자의성을 가지고 장부가치와 실제가치의 차이를 무시할 수 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부채비율의 경우 '자산·부채의 과대·과소계상' 유형에 해당돼 최대 4%의 자율성을 가진다.
앞서 인용한 회계사는 "부채는 손익관련항목보다 중요성이 낮아 회계사의 자의성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며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부채비율은 근소한 차이에서 조정이 가능하다. 부채비율이 외감기준과 엇비슷한 기업들은 이 같은 방법을 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