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IFA 도입 물결…재테크 패러다임 바뀐다

고령화로 자산관리시장 성장…독립적 투자자문 '눈길'

금융시장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새로운 제도와 상품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펀드 슈퍼마켓, 독립 투자자문 업자(IFA), 개인 종합자산관리 계좌(ISA)….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순식간에 재테크 시장에서 도태되기 쉬운 것이 요즘이다.

최근 정부는 독립 투자자문 업자, 즉 IFA(Independent Financial Advisor)의 단계별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한때 경제활동인구 한 명당 약 한 개의 펀드를 보유해 '1가구 1펀드 시대'를 경험하기도 한 펀드 시장. 펀드 IFA 도입은 금융시장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IFA, 금융 서비스에 수수료 낸다= 오는 2026년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초고령사회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인 국가를 뜻한다.

고령화, 저금리 현상이 사회적 문제가 될수록 자산 관리의 중요성이 커진다. 국민의 노후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가가 미래에 부담할 재정지출이 늘기 때문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적인 생애 주기에 있어 연령이 높아지고 경력이 쌓일수록 소득의 증가와 부의 축적이 필요하다. 자산 관리 시장의 성장은 세계 공통적인 현상이다"고 지목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펀드 IFA 도입이 추진되는 것은 펀드 가입 시 투자자가 보다 전문적인 투자자문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IFA는 현재의 투자자문사와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일종의 자산 관리 전문가이다.

IFA가 '독립적'(Independent)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이유는 판매회사와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하게 투자자의 자산 관리와 수익률을 목표로 투자를 권유한다는 의미이다.

펀드 투자가 예금만큼 흔해진 시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 결과 국내 펀드 수는 지난해 기준 1만807개를 기록,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 우체국, 인터넷 등 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바람직한 투자 전략을 조언해줄 전문가의 중요성도 커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올해 4월 출범한 펀드 슈퍼마켓에서는 인터넷을 이용해 여러 회사의 펀드를 비교 후 가입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손쉽게 펀드를 사고팔 수 있는 펀드 슈퍼마켓은 IFA 도입과 연관이 깊다. 펀드 슈퍼마켓과 IFA의 기능이 결합돼 투자자 선택의 폭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IFA는 투자자문뿐 아니라 은퇴, 상속 등 다양한 분야의 금융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영국 자본시장, 변화의 물결…금융회사 블루 오션= IFA는 영국의 제도를 벤치마크했다. 전 세계적으로 국민의 노후 대비 자산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IFA는 수익률 제고뿐 아니라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IFA가 활성화된 영국의 경우 펀드뿐 아니라 생명보험, 퇴직연금 등 다양한 금융 상품 시장에서 IFA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나타낸다.

영국의 펀드 시장에서 IFA의 판매 비중은 55.6%로 가장 높다. 시장점유율을 볼 때 생명보험 연금 시장 75.4%, 개인 퇴직연금 시장과 그룹 퇴직연금 시장 89.1%, 76.3%의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국내 펀드 시장에서는 증권사를 통한 판매 비중이 65.6%로 가장 높다. 은행과 보험사의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 판매 비중은 50%에 달하고 은행 47.4%, 보험 45.9%를 차지한다.

이 같은 계열사 밀어주기 관행은 투자자 선택의 자율을 저해하고 수익률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계열사 펀드의 판매 비중을 5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향후 IFA는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 하며 금융 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한다. 영국의 경우 자기자본 요건을 2만 파운드(약 3479만원)로 정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증권사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은 저가 전략으로 브로커리지 시장을 선점 후 펀드 슈퍼마켓을 도입했다. 이후 IFA를 활용해 포트폴리오 자문 서비스를 확대, 자산 관리 수익 비중이 1991년 9.5%에서 2013년 42.6%로 급성장했다.

그린힐(Greenhill)도 자문 특화로 성공한 사례이다. 창립 이래 14%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총수익 2억8700만2000달러 중 자문 수익이 2억8700만 달러를 기록, 거의 100%를 차지한다.

이 같은 점을 볼 때 IFA의 성장성은 향후 금융투자업계의 잠재적인 수익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증권사의 위탁매매 수수료가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 70%에서 최근 60%로 줄었다. 수수료율 하락으로 같은 기간 펀드 판매 수수료는 14%에서 7%로 줄었다. 반면 자산 관리 수수료는 연평균 40%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고객 데이터베이스(database)를 분석해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기도 한다.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상품마케팅본부장은 "앞으로 자산 관리 시장에서 빅 데이터(Big Data) 분석 능력이 핵심 가치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수수료 문제 어떻게? 세금 논쟁도 우려= 자산운용업계는 정부에 IFA 도입을 꾸준히 요청해 왔다. 당국에서도 IFA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초기 시행착오가 우려된다.

지금은 펀드 판매 과정에 자문에 대한 서비스가 자동으로 포함되지만 이를 분리해내면 투자자가 추가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문 수수료가 금융 상품에 포함되지 않고 투자자에게 직접 부담시키게 될 경우 펀드 시장의 트렌드가 큰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평균수명 연장으로 자산 관리 시장이 커지면서 IFA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비용 부담에 따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의 반감이 클 우려도 생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영국에서도 5년 이상 10년 가까이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렇지만 수수료를 판매회사에 지급하고 IFA에 돌려주는 구조에서는 독립이라는 의미가 사라진다. IFA가 아니라 DFA(Dependent Financial Advisor)가 된다"고 지적했다.

2012년 기준 영국에서는 약 2만8000개의 IFA가 영업하고 있으나 실제 수수료를 지급 받는 데 있어 어려움이 적지 않다. 영국 당국은 투자자문 수수료를 상품 공급자가 아닌 금융 소비자로부터 받도록 제도를 개정했다.

금융위는 향후 IFA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금융 상품 전체에 적용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IFA 도입 시 시스템적인 부문의 연구 개발(R&D) 및 정보 기술(IT) 비용에 대해 세제 지원, 조세 특례가 요구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