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철 사태, 여-야·야-최경환 '충돌'
최경환 국감 태도 논란, 기재위원장 '경고'
기획재정부 국정감사를 끌고 나갈 이슈의 부재로 국감의 동력이 상실되고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의 거취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16일 열린 국감은 '부실국감' 그 자체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끈(?)하는 태도에 국감 진행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기도 했다.
이날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기재부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초이노믹스(최경환노믹스)'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 늘어나는 부채에 대한 대책 마련, 메릴린치 부실 투자에 대한 의혹 정도가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은 대통령이 아닌 장관의 이름 뒤에 '노믹스'가 붙은 것을 거론하며 "기재부 보도참고자료에도 초이노믹스라고 나오는데 남이 붙여준 이름이 아니라 자가발전을 위한 이름이라는 의심도 상당히 간다"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박 의원은 "전세계적으로 대통령이나 총리 이름에 노믹스가 붙지만 장관 이름에 노믹스라 붙는 건 찾아볼 수 없다. 이 때문에 '왕(王)장관'으로 불리는 것"이라며 "외국 증권시장의 반응이 초이노믹스는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반응이 나오면서 외국인 자본의 자금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부총리가 금산분리가 시대착오적이라 하다가, 이후에는 금산분리 강화방안을 내겠다고 했다. 금산분리와 관련 차트 한 장으로도 장관이 얼마나 경제철학이 없는지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이를 들은 최 부총리는 황당하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고 정희수 기재위원장은 "너무 그렇게 웃지 말라. 의원까지 하신 분이 그렇게 웃으면 오해할 수도 있지 않겠냐"라고 경고했다.
최 부총리는 정 위원장의 경고에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박 의원을 향해 "과도한 추측"이라고 정면대응한 뒤 "다 설명 드리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 전부 다 설명을 못 드리지만, 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경제정책이 하다가 안되면 다 거짓말 하게 된 것이냐"고 되려 따져 물었다.
이어 "주식시장 떨어지니까 실패한 정책아니냐라고 말하는데, 부총리가 바뀐다고 오르고 내리고 하는건 아니다"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추측을 사실인냥 거짓말인냥 하는 것은 과도한 말"이라고 맞받아쳤다.
같은 당 오제세 의원은 최 부총리를 향해 "초이노믹스의 주인이냐"라고 물었고 최 부총리는 "초이노믹스는 언론에서 한 작명이고 저희(기재부)는 그런 것 없다"고 답했다.
오 의원이 "'근혜노믹스' 아니냐"라고 질문하자 최 부총리는 "그렇다"고 짧게 답변했다.
"재정건전성 확보 vs 경제활성화"…최경환 "부채증가 NO!"
국가부채와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요구가 이어졌고 최 부총리도 이에 공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의원이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공공기관 부채를 지적하자 최 부총리는 "최 부총리는 "국가채무를 GDP 대비 30% 중반대로 관리해나가겠다. 다만 경제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경제를 살리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를 살리는데 중점을 둔다는 발언에 박 의원은 "국가채무를 포기한다는 뜻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고 최 부총리는 "국가채무규모를 더 악화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다음 정부에 이를 물려주겠다"고 답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중을 40% 중반대로 늘려서라도 경기부양에 애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부총리는 "현재 주어진 여건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만큼"이라며 난색을 표한 뒤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추가 대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밖에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이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감안,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8%에서 3.5%로 낮춘 것을 거론하며 올해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조정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올해 경제성장률을 연초에 4.1%로 전망했지만 세월호 사고로 3.7%로 대폭 낮췄고 지금 3.7%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내년 경제성장률에 대해선 "국내외 상황이 급변하는 만큼 이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제시하겠다"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안홍철 사태로 공전 거듭…野-최경환 '설전'
이날 국감에선 최 부총리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안홍철 사장의 거취 문제가 불거지며 시작부터 순탄치 않음을 예고했다.
과거 안 사장이 야당 인사를 비난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것을 문제 삼아 야당에서는 KIC 사장직 사퇴를 요구했고 여야는 지난 4월 안 사장이 자진사퇴하는 것을 촉구하기로 합의했지만 안 사장은 현재까지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안 사장의 사려깊지 못한 행동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여야 의원들의 합의와 지적한 내용 심사숙고해서 해결책을 조속히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당시 기재위 간사였던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이 불같이 화를 냈다.
김 의원은 "최 부총리가 몇 달 전에 말한 것과 지금 말하는 것이 다르지 않다"며 "당시에도 매우 유감이고 심사숙고해서 해결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는데 과거와 지금 무엇이 달라진 것이냐"라고 따졌다.
최 부총리는 "KIC 법을 보면 임기 중 각 호에 따른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해임이 되지 않는다고 돼 있다"며 "법령을 검토하고 있다. 정치적인 문제라도 법령을 위반할 수 없다"고 물러서지 않자 정희수 위원장이 연말까지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는 선에서 상황을 마무리 했다.
하지만 오후 감사를 하던 도중 여야 간사 합의로 안 사장을 피감기관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건을 처리하려고 했고 여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 감사를 진행하기 어렵게 되면서 기재위는 한 시간 동안 정회했다. 여야는 의견 조율을 시도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감사를 재개했다.
'발끈' 최 부총리, 위원장 경고까지
이명박 정부 시절,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내는 등 국감이 처음이 아닌 최 부총리였지만 야당의 공격에 쉽사리 목소리를 높이거나 황당한 표정을 짓는 등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이 KIC가 메릴린치에 부실투자해 1조원을 날렸다고 지적하는 과정에서 당시 재정경제부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자 최 부총리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거나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박영선 의원이 질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박 의원이 초이노믹스에 대해 질의하는 과정에서 최 부총리는 계속 끼어들어 반박하려 했고 여의치 않자 말미에는 실소를 터뜨렸다. 이를 본 정 위원장은 "웃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의원들의 질의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거나 "그렇게 보는 것은 맞지 않다"는 등의 발언으로 말을 자른 것도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은 "부총리가 흥분을 잘하는 것 같다"며 "냉철하게 대답해야지 질문을 되묻고 그러면 되겠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