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위, 2009년으로의 '시간여행' = 24일 진행된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는 지난 2009년 당시 정부에서 인수한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의 손실액에 대한 매서운 책임추궁이 이어졌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하베스트 인수 당시 정부 자문사로 선정된 메릴린치의 서울 지점장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아들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초대형 비리' 의혹을 제기했고,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은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의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사진=김용진 기자)
野, 2009년 석유공사 투자손실건 집중 추궁
與, 경제활성화 대책 실효성 지적…최경환 "노력 중"
국정감사가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정책국감은 커녕 '정쟁'만 잔뜩 벌어졌다.
분리국감 무산으로 김 빠진 국감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화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이해하지만 24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는 마치 '2009년 지식경제부 최경환 장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하는 분위기였다.
오죽하면 한 의원은 "기재위 국감을 하는 것인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날 국회 기재위에서 열린 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작심한 듯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2009년 지경부 장관을 하던 시절, 자원외교로 1조원의 손실을 본 것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야당은 한국석유공사가 2009년 캐나다 하베스트와 그 정유부문 자회사인 날(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 NARL)을 인수했다가 1조원의 손실을 본 것에 대해 최 부총리의 책임을 따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석유공사가 하베스트와 자회사 날을 인수하는데 메릴린치가 관련된다. 당시 메릴린치의 서울지점장으로 이명박 정부 당시 김백준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아들이 영입됐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이 당시 지경부 장관인 최 부총리에게 보고했고 '잘 검토해서 추진하라'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며 "긍정적 답변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관영 의원은 "석유공사가 정유공사를 인수하는 것이 처음있는 일인데 투자와 관련해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고 최 부총리를 몰아붙였다.
같은 당 윤호중 의원도 "최 부총리가 지경부 장관이 되면서 순풍에 돛 단듯이 줄줄이 계약이 됐는지 모르겠다.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의 비밀이 여기에 숨겨져 있다"며 "최 부총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라고 힘을 보탰다.
하루 종일 야당의 공세에 시달린 최 부총리는 "하도 소설을 써제끼니까 어떻게 답변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장관이 공공기관에 개입하면 부당개입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투자는 내부 결정기구에서 책임을 지고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투자 건만 가지고 강 전 사장을 만난 적이 없다"며 "이와 관련된 대화를 나눈 기억도 없다"고 말했다.
"'초이노믹스' 약발 안 먹히네"…여당도 '문제 제기'
야당과 달리 여당은 최 부총리의 경기부양책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최 부총리가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초이노믹스' 약발이 시장에 먹히지 않는 것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최 부총리가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는데 학계나 전문가들은 최 부총리가 내놓은 대책이 미흡하다, 성공적이지 못하다고 하고 있다"며 "취임 100일을 맞이해 근본적으로 대책을 재점검하고 재수립하는 정책 점검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같은 당 박명재 의원은 "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국민들이 소비를 하지 않아 돈이 다시 계좌로 들어가는 '돈맥경화' 현상이 있다"며 "물가도 23개월째 1%대인데 이것이 산업·경제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라고 우려했다.
같은 당 박덕흠 의원도 "최 부총리의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실패한다면 한국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며 "그래서 격려와 용기를 줘야하는데 (야당에서) 사기꾼이다, 거짓말쟁이라고 하면서 기업인과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밤잠 안 자고 죽기 살기로 하고 있다"며 "격려는 안해주더라도 (정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그동안의 서운한 감정을 토로했다.
이어 "100일 안에 세상이 바뀌기는 어렵다. 저로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정책이 효과를 내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경제전망이 좋지 않은데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아 해외사정이 어떤지가 중요하다. 수출과 내수 균형이 있어야 하고 내수를 살리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단기대책과 중장기 체질개선은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며 "세월호 이후 워낙 소비심리가 가라앉아 단기부양책을 썼으나 기본적으로 경제체질 강화를 위한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것이 3개년 혁신계획이고 지금 착실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라곳간' 3형제, 식은땀 뻘뻘 = 24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는 기획재정부, 국세청, 관세청 등 3대 부처에 대한 먼지털이가 쉴새없이 이어졌다. 지난 17일 기재부 국감에서 지적된 서민층 감세효과 논란 '제 2라운드'가 벌어졌고, 단기부양책 '초이노믹스'의 한계가 지적됐다. 국세청에 대해선 세무서 신설과 하위직 직원들의 인사적체 문제가, 관세청에 대해선 늘어나는 해외직구에 대한 검사 대책 등이 거론됐다. (사진=김용진 기자)
국세청장 "세무서 신설" 공언…인사적체도 '거론'
세무서 신설을 하라는 의원들의 요구에 임환수 국세청장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은 "대구 달서구가 인구를 보니 2번째로 큰 자치구다. 이에 세무서 신설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임 국세청장은 "지금 우리청에서 대구 달서구 뿐만 아니라 (세무서 신설이 필요한)유사지역이 여러군데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으로 적극협의해서 연차적으로 늘려나가겠다"고 답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은 하위직 직원들의 인사적체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를 해결하라고 주문했다.
오 의원은 "올해 6월 기준 국세청 직원 1만8655명 중 5급 이상은 1486명(7.5%), 6급 이하는 1만7169명(92.5%)로 인사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51세 이상 6급과 7급 직원 무려 2056명으로 전체 직원의 11%를 차지했고 5급 승진 대상자 중 3.3%만 사무관으로 승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부처의 9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는 평균 소요연수는 27년4개월로 국세청이 3년 더 많다"며 "같은 기획재정부 소속 타 외청인 조달청은 20년4개월, 통계청은 23년3개월로 국세청과 7~10년 격차가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밖에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은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최 부총리와 대구고에 같은 반 친구였던 점을 언급하며 연기금을 정부 입맛대로 주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최 부총리가 과거에는 연기금이 정부 입맛대로 운영되는 것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지만 지금은 정부가 연기금의 주주권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따져 묻기도 했다.
이에 최 부총리는 "같은 학교라고 해서 다 제가 앉힌 것이냐. 그렇다면 과거 경기고 동문들은 뭐냐"라고 맞섰고 박 의원은 "최 부총리가 장관으로 가서 매번 말바꾸고 있지 않느냐"라며 "담배세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무슨 초이노믹스인가. 말바꾸기가 초이노믹스냐"라고 날을 세웠다.
